내일은 발자국을 줍고 싶다

by 김상연 posted Sep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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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너머 잔디밭을 바라본다
모기장을 열고 다시 바라본다
깨끗한 잔디밭이 보인다

잔디밭은
순간이나마 내가 자연 속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시선을 조금 앞으로 이동하니
잔디밭 속에 생겨난 좁다란 길이 보인다.
아! 바보. 가장 중요한 걸 줍지 않았다.

담배꽁초와 유리조각, 과자봉지, 비비탄,
나무로 된 하드 손잡이, 후치케스 알, 깨진 구슬,
터진 풍선, 맥주캔, 물에 젖은 두루마기 화장지 뭉치들, 긴 철사

이 모든 걸 나무젓가락으로 집어서 검정비닐에 담았지만
저 길 위에 무수히 찍혀있는 발자국들은........

지금까지 찍힌 모든 발자국들을
나무젓가락으로 주을 수만 있다면.......

내일은 발자국을 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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