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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9.09.09 23:18

청소일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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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와 잔디밭을 청소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반찬들은 이제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새로 버려진 반찬들과
은폐엄폐되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반찬들을 주로 주웠습니다.
전체량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몇일 되진 않았지만 매일매일 청소를 하니까
이런 저런 비판적 성찰(?)을 할 수 있고,
청소시간도 점점 단축되고,
여하간 연례행사처럼 드문드문 아주 열심히, 아주 깨끗이
하는 청소보다는 매일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꼭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자꾸 쓰레기를 줍다보니까 쓰레기만 보입니다.
막내동생과 오늘 오후에 동네뒷산에 갔는데
산에서 나무와 흙, 바위를 봐야 정상인데
왠일인지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쓰레기에만 눈길이 가는 겁니다.
다음에 산에 갈 때는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s 산에서 내려와 집에 들어올 때 동생에게
"놀이터 한 번 봐봐.아마 쓰레기 없을걸~~ ^^"

동생과 저는 놀이터를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바닥을 살폈습니다.
웬걸 여기저기 새로운 반찬거리들이 눈에 띕니다.
문득 군대에서 눈이 쏟아지는 한밤중에 열심히 눈을 쓸고나서 뒤돌아보니
다시 눈이 쌓여있었던 황당한 기억이 스쳐갑니다. T.T

신영복 선생님께서 저번주 강의에서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변하지 않는 구조는 없다.">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바뀌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바꿀겁니다. ^^;

바보가 되어 무식하게(?) 청소를 계속 할 수만 있다면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냐고 물으신다면
책<나무야 나무야>의 한 대목으로 저의 답변을 대신하려 합니다. ^^;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세상에는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언젠가는 아이들의 치열한 총격전 속에서도
총알에 맞을까 두려워하지 않으며 비비탄을 줍고 싶습니다.

주워담은 담배꽁초의 주인님들이 언젠가는
담배와의 이별을 선언시기를 바랍니다.

유리에 발을 베어 고생했을 아이가 제가 유리조각을 주워서 다치지 않은 그 발로
달려가서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주기를 바랍니다.

신종플루바이러스는 흔적없이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 청소바이러스가 소리없이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청소바이러스는 어떤 백신으로도 치료될 수 없으며
다만 감염된 자기 자신과 이 세상이 모두 깨끗해지는 그 날이 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

청소바이러스의 확산과...... 소멸을 꿈꿔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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