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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9.09.11 18:40

청소일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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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오른 손엔 나무젓가락을, 왼손엔 검절비닐봉지를 들고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놀이터 쪽에서 고함소리와 총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옵니다.
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말없이 놀이터로 들어갔습니다.
한팀은 미끄럼틀 위에서 아파트를 향해 총을 쏘고
다른 한팀은 아파트 복도에서 미끄럼틀을 향해 총을 쏘고 있었습니다.

몇층 복도에서 총을 쏘는지 굉장히 궁금했지만
예전에 비비탄에 맞아본 적이 있어서 그 위력을 알기에
감히 얼굴을 들어 위를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약간 겁먹은 상태로 저는 반찬수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반찬(?)을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부서진 총.

몸체는 검은 플라스틱이고,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갈고 닦은 솜씨로 그리 어렵지 않게 나무젓가락으로 그것을 집어올렸습니다.
과연 비닐봉지가 이 반찬을 소화할 수 있을지......^^;
부서진 총의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여자아이가 말을 겁니다. "이거여."
공손히 모은채 내민 두손에는
길다란 총신(총알이 발사되는 부분)이 들려 있었습니다.

"고마워."

그 아이는 총에 맞았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무릎을 손바닥으로 연신 비벼댑니다.
약간 가슴이 아려옵니다.

어제 수거한 반찬량은 그제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오늘도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잔디밭도, 놀이터도 비비탄 천지였습니다.

저는 곧바로 비비탄 수거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다른 반찬수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오늘도 역시 특이한 반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초등학생 작품으로 보이는 것이 부서진 채로 버려져 있었습니다.
일회용 종이컵과 네모난 휴지상자, 널판지 등을 이용해서
꽤나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만들기 작품인데
부서져 있어서 뭘 만든 건지는 모르겠더군요. ^^;

"왜 버렸을까?"
지금도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청소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5,6학년은 돼 보이는 사내아이 둘이서 비비탄을 줍고 있는겁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광경에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습니다.
"아!~~~"

그 녀석들의 한 손에는 총이 들려 있습니다.
비비탄을 주워서 그걸 다시 총 속에 장전합니다. T.T

내일은 다른 건 몰라도 비비탄은 다 주워담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늘은 이만 인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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