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검정비닐과 나무젓가락을 들고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연인이 다정하게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어떡하지? 음.... 그래, 오늘은 화단부터 하자. ^^'

화단을 마무리 짓고 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말을 겁니다.
"아저씨, 대추 따주세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저번주로 이동하겠습니다.
컴퓨터 모니터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 꽉 잡으세요.
슉~~~~~~  

대추나무 쪽 잔디밭을 청소하고 있는데
아이들 셋이서 나무에 돌멩이를 던지고 있습니다. 대추를 따려고.
베란다에서 그걸 본 저희 엄마가 저보고 "나무 다치니까 니가 대신 따줘라."
두 아이는 서로 대추를 먼저 갖겠다고 으르렁거렸습니다.
6살 정도된 막내만 얌전하게 가만히 있습니다.
누가 먼저 가질지 순서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가위가위보를 했지만, 진 아이는 승복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대덴찌를 했고, 결국 좀 전에 가위바위보에서 진 아이가 이겼습니다.
저는 10개 남짓 따주고서
"오늘은 이만하자."
아이들은 말도 안돼는 소리라는 듯이 성질을 냅니다.
"다음에 또 따줄께."
"어떻게 다시 만나요?"
예리한 질문이었습니다.
"다음에 아저씨 보거든 또 따달라고 해."

더이상의 논쟁은 없었습니다.
그대신 아이들은 나무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
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다음에 만나면 대추따주겠다는 약속은
너무 애매하고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이었으니까요. ^^;

여러분, 꽉 잡으세요. 다시 현재로 이동합니다.
슉~~~~~~~~~

저에게 대추따달라고 한 그 녀석은 저번주에 만났던 그 녀석이었습니다.
눈빛이 저번보다는 좀 순해졌습니다.
그 아이는 자랑이라도 하듯이,
"이 아저씨가 저번에 나한테 대추따준다고 그랬었어." 라며 으시댑니다.
한 열개 조금 넘게 땄습니다.

"오늘은 그만하자. 다음에 또 따줄께."

다소곳한 목소리로, "네".

으르렁거리며 달려들 듯한 눈빛을 기억하고 있는 저는
부드러워진 아이의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 너무 순해지진마.
모범생보다는 차라리 착한 날라리가 되라."
당당하면서도 부드러운 착한 날라리."

저는 청소 영역을 넓히기로 하고, 다른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세명의 꼬마 삼총사가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신기한 듯이 제 주위를 둘러싸고 바라봅니다.
그리곤, 이것 저것들을 주워오기 시작합니다.
나뭇가지,
깨진 벽돌 ^^;(일단 비닐봉지에 담아두었다가 잠시후 몰래 빼서 나무밑에 두었습니다),
비닐.
저는 "고마워. 근데 손 드러워지니까 손으로 만지지마. 집에 가서 손 닦아."
한두번 정도 더 가져다 주더니 이제 저희들끼리 놉니다.
벤치쪽으로 가서 담배꽁초 등을 줍는데, 거기서 빨간 고추를 말리고 계시던
할머니가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을 겁니다.
"내가 고추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담아갈께요." ^^

저도 환하게 웃으며 그러실 필요없다는 뉘앙스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이~,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

p.s 문득 어제 우연하게 발굴하게된 산산 조각난 도자기 한점이 생각납니다.
조각 두어개가 보이길래 주어 담았는데, 흙을 조금 건드려보니
계속 나왔습니다. 상태를 보아하니 버려진지 얼마되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런데 하얀 바탕에 파아란 문양이 굉장히 낯익어 보였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다 주어담고 쓰레기통에 버리고서 집에 와서
며칠 전에 제가 깼던 그릇을 찾아보았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깨진 그릇 못보셨어요?"
"그거 내가 흙에 묻어뒀는데."

세상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45 한용운의 시를 읽으면서 떠오른 잡다한 생각 1 장경태 2004.02.16
2644 주머니 없는 옷들... 2 이한창 2004.02.18
2643 더욱 두터워진 감시와 노동 착취의 벽. 이명옥 2004.02.18
2642 뿌리 신복희 2004.02.19
2641 또, 뿌리 4 신복희 2004.02.20
2640 감신대 사건을 통해 조명해 본 이브의 역사(대자보) 이명옥 2004.02.21
2639 신복희님의 글에 답글을 달다가... 김성숙 2004.02.22
2638 [re] 저는 이렇게 합니다 1 신복희 2004.02.22
2637 <신영복의 엽서> -- 교수신문 소개글 돌베개출판사 2004.02.23
2636 설레는 마음으로 28일(토) 축구시합을 기다리며...^^ 조원배 2004.02.23
2635 [re] 더불어 들썩들썩 하지 않으렵니까? ^^ 1 이승혁 2004.02.24
2634 웬 스타킹???? 6 강태운 2004.02.24
2633 [여기 글쓰기 교사분들이 많으시네요. ^^ 이명옥 2004.02.25
2632 이승복 동상에 대하여 2 주중연 2004.02.26
2631 천사(04) 학번과의 만남을 앞두고 레인메이커 2004.03.01
2630 안녕하세요 2 최윤경 2004.03.05
2629 헌혈증이 급하게 필요합니다. 2 부천노동자회 2004.03.05
2628 달력남은 것, 있나요? 1 서경민 2004.03.06
2627 처음으로 글쓰기 진원성 2004.03.07
2626 여성정치참여 확대, 호주제폐지 이루겠다 (브레이크뉴스) 이명옥 2004.03.08
Board Pagination ‹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