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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다가갈 수 없다.
온몸이 위에서 짓눌리는 느낌이다. 조금 있으니 목까지 졸려 온다.
이순신 장군이 아닌, 세종대왕이 내 목을 조르다니!
왜일까? 매섭게 치켜뜬 눈으로 쳐다보는 충무공이 아니라,
부드러운 미소와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세종대왕이 왜 내 목을 조르는 걸까?

그가 왼손에 펼쳐들고 있는 책이 눈에 띈다.
그는 지금 나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건가?
도대체 그게 무슨 책이 길래 내 숨이 막히는가?
너무 높은 곳에 계셔서 책에 뭐가 쓰여있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광장 정가운데에 저렇게 높은 곳에,
저렇게 거대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니,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도 듣지 않을 수 없고,
그를 보고 싶지 않아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안되겠다. 신문고를 울려서 세종대왕님께 하소연 좀 해봐야겠다.

둥~~ 둥~~ 둥~~~~~ 둥둥둥둥~~~~~~~~ ^^;

"대왕이시여.
제게 뭘 요구하시는지는 몰라도 당신의 요구가 저의 목을 조릅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당신께서 계실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더 크고, 더 넓은 곳으로 가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광장과 분수, 그리고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모두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자유롭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당신으로 인해서
억눌리고, 부자유스러운 답답한 공간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서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당신은 성군이셨고, 백성을 사랑하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당신은 지금처럼 백성들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백성들 위에 군림하시는 분이 아니라, 백성들 모르게
백성의 바램을 보고 듣고서, 그 바램을 현실의 한복판에
우뚝 세우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본인 혼자서가 아니라 수많은 백성들과 함께.

바로 엊그제 광화문 광장에 오신 분을
이렇게 냉대한다는게 저로서도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만,
당신의 깊고, 넓은 아량에 기대어 감히 이렇게 신문고를 울려서
저의 뜻을 전하오니 통촉하여 주옵소서. ~~~~~~~

그래도 굳이 이곳에 그런 모습을 하시고 계속 계시겠다면,
저도 더이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당신 곁엔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가고 싶어도 당신이 내뿜는 포스에 눌려서
갈 수 없을테지만 어쨌든 저는 충무공이 계신 분수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곁에 머물다가 돌아가렵니다.

당신을 보고 온지 한시간 가까이 지났건만
아직도 당신은 저의 목을 누르고 계시군요.
물론 그것이 당신이 바라시던 바가 아니란 건 잘 압니다.
제 말씀을 듣고 당신도 무척 놀라셨겠지만
저 또한 매우 당황스럽고, 혼란스럽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요? 예?

.............

당신께서 말씀이 없으시니 그럼 제가 먼저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당신께서 차지하고 계신 공간을 다시 백성들에게 돌려주시면 안될까요?

광장의 무궁무진한 쓰임은 원래
그 텅 빔에서 나오는 것이라 알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사실을 모르실리 없는 대왕께서 그런 모습으로 광장의 한가운데
앉아 계신다면 이곳이 이제 광장의 모습도 잃고, 광장의 쓰임도 잃게 되지 않을까요?
이곳을 세종공원으로 만들고 싶으셔서 오신 겁니까?

마지막으로 당신께 들려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책<나무야 나무야>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며칠간 글에 담긴 의미를 마음에 새겨 주실 것을 부탁드려요.
혹시 생각이 안나시거든, 길 건너 교보문고에 가시면 에세이 코너에 있어요.
그런데 서점 안까지 들어가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각설하고, 책 내용을 말씀드릴께요.
원래 대왕님의 앞쪽에 서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글인데
왠지 이제는 그보다는 당신께 더 어울리는 내용이 아닐까 해서 들려드립니다.

<무거운 구리옷 벗어버리고 바람에 옷자락 날리며
바다처럼 풍부한 사람들의 한복판에 서 있는 충무공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당신의 글을 다시 읽습니다.

‘사람들의 머리위에 서 있는 우상(偶像)은 사람들을 격려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본질에 있어서 억압(抑壓)이다.’

천재와 위인(偉人)을 부정하는 당신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광화문의 동상속에 충무공이 없다는 당신의 말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강한 사람이란 가장 많은 사람의 힘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며,
가장 현명한 사람이란 가장 많은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한산섬을 떠나 오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상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시대가 발견해야 할 수많은 사람(衆)과 땅(大地)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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