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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날씨가 춥네요. 밤에 지낼 난방기구라도 설치되어 있는가요?

수위아저씨 : 그런거 못놓게 해요. 개인들이 전기담요라도 갖다놓지만, 한 두 번 쓰면 못써요. 쇼파 바닥이 뜯어지고 울퉁불퉁해서 전기선들이 고장나요.

나 : 아니 야간 근무를 하면 휴식공간, 수면시간을 위한 시설을 마련해놓는 것이 경영자가 해야할 최소한의 책임인데, 그런 기초 설비도 없어요? 더구나 아저씨들은 5십대 후반, 6십대를 바라보는 연세이신데. 이런 날씨에 골병들까 걱정입니다.

수위아저씨 : 전기히터도 못 갖다놓게 합니다. 관리자들에겐 우리같은 사람은 잠을 못자게 되었다는 거고, 그래서 우리가 요령껏 알아서 간이 슬리핑백을 덮고 밤새동안 떨면서 밤을 새웁니다. 아침에 뚤뚤 말아서 의자 밑에 놓거나 나는 차를 가지고 다니기에 이불이라도 차에 놓고 사용할 수 있어 형편이 좋은 편입니다. 그런 이불이나 두꺼운 옷이라도 갖다 놓을 수 있도록 사물함이라도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그것도 안된다고 합니다.  

나 : 그럼 쉬는 공간이 교문에 있는 그 콘테이너 박스에서 쉬는 겁니까? 아무런 난방장치도 없이.

수위 아저씨: 사람이 쉴 수 있는 아무런 편의 시설이 없어요. 흡사 노숙자나 다름없습니다. 학교 드나드는 문인데 여태껏 누구하나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교수고 관리자들이고간에. 제가 얼마 전에 12년 만에 처음 컨테이너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내 돈으로요. 콘테이너가 하두 오래되서 여름에는 바닥에서 썩는 냄새가 나는데 학교에선 고쳐주지 않아요. 미관상 나쁘다는 소리가 나오면 그때서 귀찮을 정도로 관심을 갖다가. 학교가 이렇게 대접하다보니, 다니는 교회마저 그만 뒀습니다. 이 학교에 정말 큰 사고가 나야되요. 그렇지 않으면 변하지 않아요.

나 : 사고난다고 불이나거나 학교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라, 아저씨들이 병들고, 심하면 돌아가시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여전히 이 학교는 아무일이 없을테고, 저라도 이따가 들려봐도 되요? 그리고 오늘 언제 출근 하셨어요?

수위 아저씨 : 와서 한 번 봐요. 사람이 들어앉을 수 있는 곳인가. 오늘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내일 아침 8시 반까지입니다.

나 : 그럼 식사수당이라도 줍니까? 야간 근무자에게는 식사시간과 수당을 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수위 아저씨 : 야간수당 5천원 주다가, 재계약 때 그것 마저 없어졌어요. 그나마 수위들끼리 차별을 해서 새천년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밥을 공짜로 주는데 우리는 그 학교밥마저 내돈으로 사먹습니다. 몇년전에는 눈이오는날 순회돌다가 미끄러져 넘어져서 디스크 수술 두번을 했습니다. 제돈으로요. 나중에 산재요청을 해달라고 했더니 학교이미지도 있고 하다며 거절했어요. 이런 학굡니다.

나 : 놀랍군요. 인권과 평화의 대학 속내를 조선일보가 알까 걱정입니다. 제가 더 놀라운 것은 요즈음에 아저씨들 새벽 5시에 가랑잎을 쓸으라고 그랬다던데요.

수위 아저씨 : 말도 마세요. 그 피곤한 시간에 둘이서 그것을 쓰느라면 비참해요. 영선직원들이나 사무직원들 9시에 출근해서 커피마시고 있는 거 보면 우리는 인간이 아닌가 싶어요.

나 : 혹시 한 달에 얼마가저가세요? 아이들은 아버지가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걸 알고 있나요?

수위 아저씨 : 12년 근무했는데 000입니다. 교수들 학교직원들 월급 인상때도 우리는 안 올려줬어요. 큰애는 이 학교다녀서 압니다. 제가 하는 일에 부끄럽다거나 그런 건 없는데. 학교에서 해주는 처우를 생각하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큰애가 아빠가 고생하는 것을 얘기 해줘서 그런지 애들이 남애들 처럼 이것 저것 사지도 않고, 아껴써요. 아버지가 힘든 것 이해해주고.

놀랍게도 내 월급의 반도 안된다.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요? 몇 몇 답을 찾을 수 있는 힌트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노동현실은 왜 이래야만 하는 건가요?

우리는 대화를 나누며 매우 화가 났고, 분노했다. 인간에 대해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더구나 000학교에서. 예전에 수위아저씨가 도서관에서 책을 제일 많이 빌려본 다독상을 받았던 적이 있어서 정말 좋은 학교인 줄 알았다. 물론 교육내용과 선생님도 좋으신 분들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하다니 이렇게 사람들을, 사회를 속일 수 있는가 싶다. 언제부터인가 아저씨들의 얼굴이 폭삭 늙었고, 주변의 반응에 매우 즉흥적인 감정이 실려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대화의 능력을 점점 상실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바로 그 모습은 내모습이기도 했다. 타자의 고통에 동정적인 감정을 갖고 그가 모욕감 속에 살아가도록 만드는 대상에 대해 인간적인 분개심을 갖는 것은 정의의 출발이다. 나는 이런 비인간적인 현실에 대한 공분도 없이 군자처럼 한 없이 배려있고 착하게 행위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떤 화를 느낀다. 사람은 진실에 정직해야 한다.
여하간 이 학교는 어느 학교일까요? 이 아저씨 월급은 얼마일까요? 정답은 여러분 스스로 상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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