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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따뜻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고 있었다.
차가 밀리는 바람에 시간이 좀 걸렸다.

인사동 길을 걸으며 여기저기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사주 관상을 보는 곳도 기웃해보고 즐겁게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연애하는 사람들과 그림과 먹거리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와서  낙원 떡집 앞에서 건널목을 건넜다
건널목 한 중간에 정암 조광조 선생의 옛집 표석이 서있다. 나는 이곳을 지날때마다 잊지않고 이 표석에다 목례를 한다. 조선왕조의 영웅, 청년 조광조의 꿈을 잠시 생각하면서...

마산 아구찜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고  종로세무서를 지나 또 오른쪽으로 꺾으면 오른쪽에 낙원동 이문학회가 나온다. 글로써 벗을 모은다는 "이문회우"의 그집이다.

이미 낯익은 얼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옥의 마당을 즐기고 있었다. 시간에 맞추어 올 수 있을지 몰라 그냥왔노라는 새내기에게 " 집에 가서 다시 댓글을 달고 오라"는 말도 안되는 장난을 걸어대며  하하 웃으며 모두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주제는 이론과 실천이다.
평생 따라다니는 철학인데 오늘 다시 함께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짱구놀이다.
모두 큰방향은  분명히 알겠는데, 어떻게 실천해가야 하는지는 10인10색이었다.
큰원칙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게 닿아있는 실천행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모여 신선생님의 글을 함께 읽으면, 내가 홀로 가고있는 이 길이 방향이 맞는지, 가끔은 지친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친구가 있는지 , 나아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실천행은 과연 어떤것인지...이런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현장성의 즐거움은 현장에서  한껏 누리게 되어있다.
우리는 그 시간동안 생각의 큰 틀이 서로 닮았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란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우리는 뒷풀이를 위해 종로로 나왔다.
<달의 뒤편>으로 찾아들어가서 옛날식 양은 도시락과 우그러진 막걸리 한주전자.
그리고 처음처럼을 마셨다. 이론을 위하여 처음처럼 한병, 실천을 위하여 처음처럼 한병, 논어를 위하여, 장자를 위하여, 간디를 위하여...우리는 위하여 축배를 들일이 너무나 많았지만 "처음처럼"은 처음처럼 마셔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이런 우리때문에 선생님은 좀 외로우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수님께 보낸 편지중 창녀촌 노랑머리라는 글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끝에

"어제가 입추입니다. 폭서의 한가운데 끼인 입추가 거짓 같기도 하고 불쌍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입추는 분명 폭염의 머지않은 종말을 예고하는 선지자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모든 선지자가 그러하듯 '먼저'왔음으로 해서 불쌍해 보이고 믿기지 않을 따름입니다."

라는 글이 있었다. 처음보는 글 같았다.
선지자, 먼저왔음, 믿기지 않음.....

선생님의 글은 행간에 실린 뜻이 간절해서 마치, 우리가 함께 느낄수 있기를 오래오래 기다려온 선지자의 마음 처럼 처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 긴세월의 담금질 을 몸소 겪어 더욱 찬란한 글들을 우리는 , 아니 나는 너무 쉽게 읽고 너무 쉽게 말해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아니 이렇게 함께 읽을때마다 새롭게 느끼게 된다.

어쨋든 처음처럼을 그렇게 마셔버린 우리는 그래도 좋은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자기자신에게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그리고 세상에게....

이 좋은 사람들은 서서히 달의뒤편에서 걸어나와 피맛골을 지나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온  영재의 전송을 받으며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책을 펴서 이 한구절을 마저 외웠다.

"우리의 이성이란 땅위에 서있는 한 그루 나무처럼 그 흙가슴을 떠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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