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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0.04.27 01:47

나는 아버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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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이니까!

작은 놈이 중도에서 학원을 빼먹었다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맏으면서 나는 온몸의 피가 꺼꾸로 솟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종의 배신감? 아니면 실망감?
성적은 수수해도 정직하고 밝은 그 모습이 언제나 나에게는 위안이였고 자랑이였다. 그러던 놈이 오늘 선생님을 속이고 할머니를 속이고 학원을 빼먹은채 어디가서 제놀음을 한다는것이다. 어쩜 이렇게 나의 뒤통수를 칠수가 있느냐고 생각하니 억이 막혔다. 나는 무작정 작은 놈을 찾아떠났다. 분명 할머니께서 작으 놈을 데리러 갔을 줄을 알면서도 그저 참고있을수 없어 우왕좌왕 찾아나선것이다.
씨엉씨엉 걸음을 옮기면서 욱하는 생각 같아서는 보는 즉시 따귀라도 한대 갈겨주고싶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의 기분을 누르려고 애썼다.
(그래, 참자, 참아야 하는거야. 나는 참아야 하고 또 참을수밖에 없는거야.)
나는 스스로를 달랬다.
가끔 지인들로부터 “자제분은 몇이죠?” 하는 물음을 받군 한다. 그러면 나는 주저없이 “아들 둘.” 하고 대답한다. 그러면 모두들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돈 많이 벌어놔야 되겠어요.” 혹은 “어쩌다가 둘을 볼 생각을 했어요.",  “딸을 보려다가 또 아들을 보았군요.” 하고 한마디씩 한다.
뭐라고 대답할가?
그때마다 나는 그저 “예.” 하는 한마다로 뭉때리기가 일쑤이다.
과연 나에게 어쩌다 아들 둘이 생기게 되였던가?
나와 성이가 처음 만난것은 그 애가 여섯살나던 해였다.
안해를 사귀면서부터 숙명적으로 성이도 내 식구로 받아들이게 된것이다. 그해 내 나이 40살. “낳은 정이 뭐요, 키운 정이 뭐요.” 하는 말들을 평소 많이 들어왔지만 그냥 소설속의 이야기로만 알고있던 나였다. 하지만 성이를 내 호적에 올리면서부터 나는 “내 식구”라는 말의 함의를 더욱 진실하게 느끼게 되였다.
나는 모든 일에서 큰 아들 민이와 똑같이 성이에게도 신경을 썼다. 그 애들의 나차이가 아홉살, 어떤 일은 그냥 나름대로 챙겨주면 되겠지만 왜 그런지 “똑같게.”라는 가정처세원칙의 지배하에 규칙처럼 그렇게 행하여 왔던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에야 그 “똑같게”라는 원칙이 “좋은 일”을 념두에 두고 세워진것이지 오늘 같은 일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욕이라도 한마디 거칠게 했다가 그 애 할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시겠는지? 그 놈은 또 어떻게 느끼겠는지?) 하는 우려가 찾아들었기때문이다.
집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에서 작은 놈이 할머니에게 가방을 메워가지고 돌아오는것을 보았다.  나는 애써 자신을 진정하며 할머니의 등에서 가방을 내리워 작은 놈에게 메웠다.
작은 놈은 큰 일이 터지리라고 생각했는지 내 눈치를 살피며 할머니곁을 찾았다.
(과연 나는 저 애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가?)
나는 11살짜리 아들놈을 찍어보면서 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고 심히 머리를 굴려야 했다.
나는 용케도 자신을 눅잦히며 집에까지 올라왔다.
드디여 내가 카드를 내들 때가 된것이다.
나는 작은 애의 침실에 들어가 함께 앉은후 아무런 수식어도 없이 입을 열었다..
“성이야, 너 올해 11살이지? 너 훗아버지라구 들어봤니?’
작은 놈이 겁기 어린 눈으로 나를 흘끔거리며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바로 너의 훗아버지다. 정말 이 시각 너에게 따귀라도 한대 쳐주고싶지만 훗아버지이기때문에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만치 너도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생각해줘야 할게 아니니? 네가 건실하게 자라는것을 보는게 나의 바람이다. 그리고 네가 건실하게 커야 나도 남에게 욕을 먹지 않는 아버지가 될게 아니냐?”
11살 어린애에게는 너무도 심오한 얘기였든지 작은 놈은 입을 하~ 벌린채 나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너의 어머니와 내가 좋아서 만나 오늘까지 살아온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네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나쁜 습관까지 굳혀간다면, 네가 커서 정직한 사람이 못되고 굽은 길이라도 걷는다면 어머니는 너에게 뭐라고 말할수 있고 나는 너를 무슨 얼굴로 보아야  하겠니?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손에 땀을 쥐고 너의 성장을 지켜보고있는 이 훗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착하게 열심히 공부를 해주면 안되겠니?”
대방이 11살에 나는 어린이라는것도 잊고 나는 나랑 동년배나 되는 동사자에게 열변을 토하듯 이야기를 하다가 문뜩 작은 놈에게 눈길을 돌렸다. 작은 놈의 눈가에 가랑가랑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버지가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할게?”
나는 작은 놈에게 너무도 무거운 이야기를 하는것 같아 혼자말 비슷이 중얼거리며 말끝을 맺았다.
“다시는 안그러겠슴다. 거짓말도 안하구 학원도 안 빼먹겠슴다.”
작은 놈이 울먹이며 말했다.
“그래, 아버지가 믿겠으니 우리 저녁을 먹자.”
저녁을 먹는 내내 작은 놈은 나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그애에게 별다른 눈치를 주지 않고 묵묵히 밥술만 떴다.
저녁밥술을 놓은후 작은 놈이 저절로 가방을 챙겨서 책상앞에 앉았다. 그러는 작은 놈을 살피다가 나는 한마디 귀띔했다.
“성이야, 앞으로는 너절로 너의 일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간의 작식표를 짜보렴.”
작은 놈은 필기장에서 종이 한장을 쭉 찢더니 뭔가를 열심히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5시 40분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치솔질을 하겠습니다. 선생님과 부모님을 속이지 않고 거짓말도 안하겠습니다. 복습반도 잘 다니고 임무도 잘 완성하겠습니다.”
열심히 쓴 작은 놈의 작식표를 보면서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힘든 한 고비가 지나가는듯 했다.
후~

과연 앞으로 나는 이런 고비를 얼마나 더 넘겨야할가? 기약할수는 없지만 좋아도 넘어야 하고 싫어도 넘어야 하는 고비라고 생각된다.
그렇다.
나는 아버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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