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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0.05.30 12:28

무거운 귀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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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신촌역 우리반 사람들은 사회의식이 명확한 사람들이다. 딱히 ‘우리반 사람들’이라고 한정하지 않더라도 지하철 노동자들 그 중에 50대 교대노동자들인 역무원들은, 사회의 민주화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들에겐 과거 권위주의정권 시절이 오히려 호시절이었다.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적 노동통제는 매우 치밀해졌고, 집요했으며, 성과주의의 이름아래 모든 사람들을 돈의 질서하에 줄을 서도록 만들면서 직장에서 인간적 여지는 점차 사라졌다. 이때부터 노동조합은 이기주의 야합집단으로 변해갔다. 역무원들에게 민주정부 10년은 노동자들의 지위와 노동환경이 끊임없이 추락하는 과정이었다.

MB정부 들어와서 신자유주의적 통제에 더하여 매우 강권적인,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거침없이 작업장내에서 행해졌다. 그 결과는 매표실이 사라진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자동발매기 앞에서 기계의 시중을 드는 하찮은 일을 하는 신세로 내몰렸다. 그렇다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리해진 것도 아니다. 늘 사람들은 기계 앞에서 북적이면서 기계가 강제하는 질서에 따라야 했고, 지방에서 올라오신 노인분들에게 기계는 괴물과도 같았다. 서울시의 정책이 인간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졌다면, 지하철의 "무인 역사화"라는 무모한 목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노동자들은 올해 정원의 20.3%, 2016년에는 45.5%감원이라는 상시적 구조조정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도록 되어버렸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부지불식간에 세태의 흐름에 대해 옳고 그름의 지혜를 갖게 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우리역의 분위기만 보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없을 것이라는 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짐작은 크게 틀리지도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어제 퇴근길 막걸리를 한 잔하면서 얘기를 나누던 중, 놀랍게도 천안함과 관련되어서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해왔던 것, 서울시의 모습에서 매우 실망을 하였지만, 지금과 같이 전쟁 직전에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 중심으로 모여야하는 것이 아니냐.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호의를 갖거나, 정부조사에 대한 의심은 위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오가면서, 나는 도무지 무슨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

북한과 전쟁분위기라는 정황들이 의식을 강고히 얽어매고 있는 상태에서의 대화는 끊임없이 겉돌았고, 이성과 과학적 증거들에 근거한 의문들이 차지할 여지가 없었으며, 점점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민심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 어느 계층보다도 사회의 동향을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로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 역사의 사회적 공포와 현재의 사건이 공명하면서 만들어내는 전염병적인 두려움, 저마다의 개인들은 가공적인 불안이 중첩되어 현재와 미래를 판단하고, 결국 우리 공동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 공포의 힘이 강력하게 지배하는 우리 사회가 두렵기만하다. 국가의 지도자가 앞장서서 대중의 공포감을 조성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믿지 않으면 겁을 주는 이 나라가 걱정된다. 20여년전 우리 사회의 무지를 해명하면서 나도 성장하는 공부를 해보겠다는 내가,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메울 수 없는 사회적 인식의 격차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귀가길은 무겁고 허탈하기만 했다. 끝내 밤잠을 설치다 출근한 오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에서 나는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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