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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가는 가톨릭대앞 제본소가 있다. 50 중반이신 아주머니는 나의 유일한 수다대상이다. 가을이면 시골에서 감을 따왔다고 큰 비닐 봉투에 한 봉다리, 혼자 살면 먹는 일이 제일 걱정이라면서 이런 저런 밑반찬들을 싸주시기도 하고, 음료수며 이런 저런 음식들을 내오신다. 살림집을 하면서 제본소를 하기에 일요일이든 밤 12시든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어제 늦은 밤 제본소에 들렸더니, 그 아주머니께서 “요즘 같은 세상이면 착하고, 성실하게, 다른 사람들 생각하면서 살아오려고 했던 내 인생이 후회가 되요. 세상 인심이 너무나 자기 잇속만 차리고, 학생들도 보면 예절도 없고, 무슨 학교에선가 있었다는 청소아줌마에게 대학생이 막 대했다는 얘기가 어디 그 학생 잘못인가요?” 하신다. 이 아주머니가 내가 힘들어하는 걸 어떻게 집어내신 건지. 이심 전심?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다시 제본소에 들렸다.
선거에 대해 “사실, 사람들이 너무 책임들이 없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으면 되는데, 주욱 따라가서 남들 하는대로 찍고, 그것 마저 하지 않으면서 세상이 어떻다 얘기하는 사람들 보면, 기가막히기도 하고” 사실 복잡하긴 하지만, 관심만 갖으면 웬만한 사람들은 알아 볼 수 있다. 그것 마저 어렵다고 그러면 세상을 온전히 공것으로 살으려는 못난 사람들이다. 고맙게도 아주머니는 지난번 선거에도 내가 말해준 후보를 찍으셨다. 이번엔 조금 복잡하니 간단한 표를 만들었다. 맛나 분식 아주머니도 복잡해서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셔서 그 아주머니께도 드릴 ‘정답지’를 만들어드렸다.
“아줌마, 혹시 제가 이러는 거 불쾌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으세요?”
“아니 무슨, 저는 너무 좋아요, 사실 이런 얘기는 형제들하고도 하기 힘든데, 이웃들하고도 어려워요. 그런데 이렇게 세상이야기하고, 잘 모르고 있는데 어느 사람이 나은지 얘기해주는 것은, 저는 너무도 좋고, 오히려 고마워요”

학교에 가기 위해 들른 신촌역. 식당 아줌마 역시 투표가 어렵기는 마찬가지. "아줌마 혹시 김문수예요?" “에이, 그 사람은 맨날 뭘 건설하고, 규제를 푼다고만 허더만, 도지사는 정했는디, 나머지는 뭐가 뭔지 모르 것이유” "제가 좀 답을 알려 드릴까요?" 해서 식당 아줌마, 청소 아주머니들에게도 제본소 아주머니에게 드렸던 ‘정답지’를 만들어 드렸다. 그리고 조금 아까 시골에 계신 우리 어머니도 정답을 알려드렸는데, 어머니를 비롯하여 이 분들의 반응은 의외로 나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것이었다. 혹시 그 분들이 가지고 계신 생각을 무시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닌가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의외로 진실로 고마워하시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먼저 주변 분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여, 주의 깊게 알려드리는 일이 작은 희망을 만드는 것이라 본다. 우리 신촌역 동료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 분들도 오늘 내일 사이 살아오면서 배운 지혜들을 다시 모아낼 것이라 믿는다. 아마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이러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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