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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0.07.27 02:03

강은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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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매일 메일을 열어보지 않는다. 늘 그렇고 그런 소식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낙동강 순례 함께가자는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69 작가선언과 다양성 포럼이 기획했단다. 2009년 6월 9일, “이것은 사람의 말”이라고 선언하던 젊은 작가들의 말을 메모해 둔 것이 있다.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그러나 나는 오직 도보순례와 낙동강에 꽂혀서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비가 장대같이 내리던 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길을 떠났다. 추적추적 비가오니 참 심란했다. 길을 나서며 새 등산화를 버리게 될까봐 오래된 K2를 신고 나섰다.

동서울에 모여 서로 면면을 살피는데 분위기가 젊다. 나도 전에 국토종단을 해보고 싶었고 비무장지대를 걸어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그때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웬일일까? 이번에는 비가와도 이 용감한 결정은 그대로 나아가잔다.

차에 오르고 서로 인사를 시작한다. 나는 우연히 온 메일을 보고 길을 나섰다. 작가도 아니고 활동가도 아니다. 그러나 사대강 현장 순례는 이번이 세번째이다. 친구들이 가자고해서 늘 따라나섰다. 이렇게 만나고 새로운 얼굴을 알게 되어 반갑다 라고 인사했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등단을 한 시인이며 소설가이며, 다큐 사진가들이며 음악, 그림, 그리고 활동가였다.

나는 도심한복판에 살다가 너무 복잡해서 강물을 따라 집을 옮겼다. 그래서 이제는 날마다 눈을 뜨면 한강물을 내다보며 강의 안부를 묻고 아침햇살에 빛나는 물별들에게 오늘 하루도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자고 말한다. 조금 거리를 두면 우아하게 사귈 수 있다.

비내려 흙탕물로 흐르는 강가로 갔다. 넓은 벌 동쪽 끝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실개천? 그런건 시에 남아있을 뿐이다. 곳곳에 목이 긴 황색 두루미, 쇠로 만들었고 움직일 때 매우 시끄러운 탱크같은 두루미가 강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를 퍼내고 있었다. 이제 얼마 후면 사라져갈 강가의 습지를 걸었다. 달의 뿌리가 자꾸 발에 걸린다. 이 식물은 이름이 곱기도 하지 ... 모래에 뿌리를 내려 길게길게 그 생명을 이어간다. 달의 뿌리가 내 발의 뿌리에 자꾸 걸린다.

내가 아침마다 만나던 강은 그림같다. 때로는 잘찍은 사진 한 장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강은 사람의 힘에 밀려 갈때까지 간 지친 모습이었다. 강을 무척 사랑한 초록공명은 눈에 이슬이 맺힌다. 보고있는 나도 코끝이 찡해진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픈 법이거늘, 지금 이 지구별에는 인정이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정이 흘러야 강물도 따라 흐를터인데.... 해 저무는 강 앞에 서서 어린아이처럼 울먹거리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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