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출판된 지 10년, [엽서]가 나온 지 5년. 이제 이 두 책이 합해져 한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책을 아끼며 보다 온전하고 보기 좋게 재출간되기를 희망해왔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쁩니다.
증보판을 낸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또 돈을 내고 사야 하는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저자인 신선생은 선뜻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누락된 편지들, 특히 '청구회의 추억'을 비롯하여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록한 메모노트는 많은 독자들에게 그런 부담을 갚고도 남을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증보판에는 그가 출소한 이후에 발견된 편지와 메모노트가 새로 보태졌습니다. 지난번 책은 76년 2월의 편지부터 실려 있는데, 영인본인 [엽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쓴 글들이 이번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69년, 70년의 글로서 그의 20대의 생각들이 담겨 있고, 특히 사형을 언도받고 있던 기간 중에 기록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교도소에서 하루 두 장씩 지급하는 휴지에다 깨알같이 박아 쓴 글들은 그 어려웠던 징역 초년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원본 엽서는 더러는 연필로 쓴 것도 있고 볼펜으로 쓴 것도 있지만 대부분 철필로 먹물을 찍어서 쓴 것들입니다. 이 원본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철필로 먹물을 찍어서 또박또박 박아 쓴 글씨들은 글의 내용에 앞서 어쩌면 글의 내용보다 더 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것을 전달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덜기 위하여 중간 중간에 메모와 엽서 원본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번에는 수신자별로 나누어 편집하지 않고 시기별로 실었습니다. 수신자가 아니라 발신자인 저자의 입장이 잘 보이는 편집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선생의 옥중 20년 20일이 그 고뇌 어린 사색의 결정과 함께 펼쳐져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지난번의 책은 그가 아직 옥중에 있는 동안에 만들어졌었습니다. 그래서 편지글들의 소제목을 편집자가 달았지만 이번에는 신선생이 직접 소제목을 다시 달았습니다.
그동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이 책의 표제가 우리말 표현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10년 동안 굳어져온 일정한 역사성을 무시하기 힘들고 이미 하나의 단어로 정착되었다는 의미에서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부침이 심한 우리 독서계에서 드물게 지난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으며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책이, 내용과 형식의 양면에서 보다 완벽하고 새로워진 이번 재출간을 계기로 우리 시대의 고전을 넘어 민족의 고전으로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3월 사면 복권되어 이제 우리의 곁으로 '완전히' 돌아오신 신선생과, 그에 즈음하여 온전한 본래의 모습으로 재탄생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여러 독자들과 함께 기뻐합니다.
1998년 7월. 봉화에서 전우익 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부쳐
우리 시대의 고뇌와 양심
시대를 넘어 민족의 고전으로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사랑은 경작되는 것
고독한 풍화(風化)
단상 메모
초목 같은 사람들
독방에 앉아서
청구회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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