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이 되신 어머님께 어머님께
그간 가내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저의 눈은 오른쪽의 시력이 약하고 자주 충혈이 되고 있습니다. 25°정도의 안경을 사용하도록 권유를 받고 있습니다만 저는 책을 볼 때만 사용할 안경이 하나 있으면 합니다. 왼쪽 눈은 아무 이상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도 안경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또 사용한다면 좌우의 도수가 각각 다른 것이라야 하는지 등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아버님께서 알아보신 다음에 조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달에 어머님을 가까이서 뵈오니 어머님께서는 이제 완연한 '할머니'였습니다. 칠십 노인이 아무려면 할머니가 아닐 리 있겠습니까만, 저의 마음에는 항상 젊은 어머님이 계십니다. 아마 제가 늘 그전 마음으로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님이 할머니가 되셨다는 이 당연하고 새삼스러운 사실이 도리어 제게 참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1977.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