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망창월(擧頭望窓月) 아버님께
지난 12일 어머님께서 혼자 빗속을 다녀가셨습니다. 입석 기차표를 끊고 "비가 오기에 생각나서"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그제는 아버님의 하서 받았습니다.
저는 여태 아버님, 어머님의 생신날을 모르고 있습니다. 설령 안다 한들 또 조석으로 모신다 한들, 어찌 제가 안겨드린 그 아픔에 값하겠습니까.
저는 힘써 훌륭한 품성을 기르며 살아가겠습니다.
형님, 형수님께서 서울로 오셔서 모시게 되었다니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가을이라 옥창(獄窓)에 걸리는 달도 밤마다 둥글게 자랍니다. 가을은 '글 읽던 밤에 달이 떠 있는 우물물을 깨뜨리고 정갈하고 시원한 냉수를 뜨며' 잠시 시름을 쉬고 싶은 계절입니다.
1977.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