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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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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골드
형수님께


두어 차례 단비가 내려 해갈하는가 여겼더니 그뿐, 내리 불볕입니다. 벼룻물이 번쩍번쩍 마르고, 풀썩풀썩 이는 먼지가, 땀 차서 척척 감기는 옷이, 더위를 한층 지겨운 것으로 만듭니다.
작업장 창문턱에 '메리 골드'라는 꽃 한 포기를 올려놓았습니다. 메마른 땅에 살고 있는 제 족속들과는 달리 이 엄청난 가뭄의 세월을 알지 못한 채, 주전자의 물을 앉아서 받아마시는 이 작은 꽃나무는 역시 땅을 잃은 연약함을 숨길 수 없습니다.
과연 지난 6, 7일 이틀 연휴를 지내고 출역해보니 물 길을 줄 모르고 길어올릴 물도 없는 이 꽃나무는 화분언저리에 목을 걸치고 삶은 나물이 되어 늘어져 있었습니다. 큰땅에 뿌리박지 못하고 10센티미터짜리 화분에 생명을 담은 한 포기 풀이 어차피 치러야 할 운명의 귀결인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없지도 않았지만 차라리 장송(葬送)의 의례에 가까운 심정으로 흥건히 물을 뿌려 구석에 치워두었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저는 이 작은 일로 하여 실로 귀중한 뜻을 깨달았습니다. 창문턱에서 내려와 쓰레기통 옆의 잊혀진 자리에서 꽃나무는 저 혼자의 힘으로 힘차게 팔을 뻗고 일어서 있었습니다. 단단히 주먹쥔 봉오리가 그 속에 빛나는 꽃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형님 그리고 우, 주용이 모두 여름의 건승을 빕니다.

 

 

1980.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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