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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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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을 키워서
부모님께


눈 많고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아직 김치독 깨뜨릴 추위를 남겨두고 있긴 합니다만, 이제는 어머님께서 한시름 놓으셔도 좋을 만큼 풀린 날씨입니다.
냉수마찰을 하고 나면 영하 20도의 겨울 아침도 훈훈하게 느껴집니다. 이 작은 경험은 겨울이 추울수록 봄이 이른 까닭을 깨닫게 해줍니다.
겨울 동안 {시경}을 일편(一遍)하였습니다. 마침 {열국지}(列國志)를 병독(倂讀)할 수 있어서 그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컸습니다.
{시경}에 담긴 시들은 그 시대의 여러 고뇌와 그 사회의 여러 입장을 훌륭히 반영함으로써 그 시대를 뛰어넘는 대신에 오히려 그 시대에 충실하였음은 물론 당시의 애환이 오늘의 숱한 사람들의 가슴에까지 면면히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비로소 시가 그 시대를 뛰어넘고 있음을 알겠습니다.
위로는 하늘에 달이 둥글고 아래로는 사람들의 마음이 원만하다는 정월 보름입니다. 명절날인가, 중국집에다 음식을 시켜서 손님을 치르셨다던 어머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잠실 아파트의 모진 창에 뜨는 달이 동산의 달과 같지 않은 까닭의 하나는 아들을 멀리 두신 탓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초승달을 키워서 보름달을 만들듯 어머님과 저와 그리고 마음이 아픈 모든 사람들도 스스로의 마음을 달처럼 조금씩 조금씩 키워가야 하리라 믿습니다.

 

 

1981년 정월 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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