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지고 1년 형수님께
하필이면 한겨울에 신년을 맞이하기 때문에 해마다 새해의 느낌은 그 신선함이 지나쳐 칼날 같습니다. 더욱이 올해 같은 혹한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꽃 피는 어느 춘삼월 따스한 날을 정월 초하루로 잡았더라면 새해가 사뭇 다정한 것이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추워서 잔뜩 웅크린 겨울철은 아무래도 무엇을 맞이하고 어쩌고 하기에는 불편한 계절입니다.
춘 하 추 동.
한 해의 필두에 으레 봄을 앞장세워 세월을 이야기함은 물론, 잔형기(殘刑期)를 손꼽는 이곳의 수인들도 한결같이 '피고지고 1년', '피고지고 피고지고 2년' 이렇게 봄꽃으로 셈하고 있습니다.
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으려는 것은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의 마음인가 봅니다.
저도 새해의 이야기는 봄이 올 때까지 미루어 두기로 하겠습니다.
1981.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