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아픔에 눈뜨고자 형수님께
하얗게 언 비닐 창문이 희미하게 밝아오면, 방안의 전등불과 바깥의 새벽빛이 서로 밝음을 다투는 짤막한 시간이 있습니다.
이때는 그럴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더 어두워지는 듯한 착각을 한동안 갖게 합니다. 칠야의 어둠이 평단(平旦)의 새 빛에 물러서는 이 짧은 시간에, 저는 별이 태양 앞에 빛을 잃고, 간밤의 어지럽던 꿈이 찬물 가득한 아침 세숫대야에 씻겨나듯이, 작은 고통들에 마음 아파하는 부끄러운 자신을 청산하고 더 큰 아픔에 눈뜨고자 생각에 잠겨봅니다.
큰 추위 없이 겨울을 나자니 막상 돈을 다 치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남습니다. 어제는 보름이었습니다. 창살 격하여 보는 달은 멀기도 하여, 불질러 달을 맞던 마음도 식어서 달력 짚어볼 생각도 없었던가 봅니다.
1982.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