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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0.12.14 22:28

청소일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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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으로 돌아온 난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오니, 부친이 내가 잘 공간을 마련하자고하셔서 할머니방에 있던 옷장과 탁자를 빼냈다. 할머니와의 동거가 다시 시작된거다. 102살 할매와 36 빠박이의 동거. 난 다시 예전처럼 할머니한테 농을 건다.

나: "할머니, 몇 살이에요?"
할머니:(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나: "백 두살"
할머니: (놀라운 듯) "백두살이야?"
나: 네.  

할머니가 너무 기운이 없어보여서 물어봤다.

나: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요, 네?"
할머니: 백 두살이래매.
.....
.....
난 할말을 잃었다. ^^;

예전처럼 밖깥청소를 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괜히 동네에서 말나오기 싶상이니, 산에 떨어진 쓰레기나 주으라고 하신다.
알았다고 하고서, 밖으로 나왔다.
난 산에 가기 싫어서 다른 단지로 가서 쓰레기들을 주웠다.
나의 장비는 검은 비닐봉다리와 젓가락.
너무 두꺼운 장갑을 끼어서 젓가락질이 되질 않았다.
장갑을 벗고 20여분정도 주으니, 손이 얼어서 잘 움직이질 않는다.
담배 소비가 줄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왠걸 담배꽁초 갯수를 봐서는 그 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그 다음날은 바깥청소를 안했다.
그 다음날인 오늘은 산으로 갔다. 아파트단지에 있는 계단을 올라 산으로 진입했다.
쓰레기가 전혀보이지 않는다. 와! 산을 내려올 때까지 담배꽁초하나 보지 못했다.
난 집으로 가는 아파트 길을 걸으며 담배꽁초를 주웠다.
유리조각, 실타래, 담배갑, 화장품 빈통.

계속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휴지를 주워 나에게 다가온다.
비닐봉지에 넣고 그냥 간다. 근데 다시 와서 또 휴지를 넣으며 착한 목소리로,
"이거여."
난 "고마워."라고 작게 이야기했다.
그 아이 얼굴은 쳐다보지 않아서 못보았지만,
그 아이의 마음은 볼 수 있었다.  

운좋게 참석한 성공회대학원 이번학기 마지막 수업에서
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뭘 하든 자기가 제일 잘 하는 걸 하는게 중요하다."

"내가 제일 잘 하는 건 혹시 청소가 아닐까? "


p.s 산에서 내려오다 거리에 쓰러져 있는 입간판을 다시 세워놓았다.
꼭 쓰러진 내 모습같아서.
조금 걸어가다가 다시 쳐다보니 바람에 밀려서 또 쓰러져 버렸다.
난 다시 세우려다가 그냥 왔다. 포기한 건 아니다.
입간판에 문제가 있는 거다.
너무 가벼우니까.
바람은 거센데. 거센 바람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입간판은 없다.
입간판이 아닌 진짜 실력으로 승부하면 되지 않을까?
조그만 바람에도 위태롭게 흔들리는 나의 입간판을 치워버리고,
온전히 나만을 성장시켜보면 어떨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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