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깊은 물 형수님께
우리 마을에는 올해같이 심한 가뭄에도 끄떡없는 깊은 우물이 있습니다. 지심(地心)을 꿰뚫고 흐르는 큰 물줄기와 만난 이 샘에는 언제나 싱싱하고 정갈한 생수가 보석처럼 번쩍이고 있습니다.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참새마저 휘어넘는 15척 옥담도 대지의 깊은 가슴에 안긴 이 물줄기는 끊지 못하여, 물쓰듯 물을 쓰지는 못하지만, 내[川]가 되어 바다로 들지는 못하지만, 같은 울 속에 사는 '한울님'들의 더위를 가셔주고 메마른 가슴에 묻힌 사랑과 지혜와 힘을 깨우며, 때로는 고요한 명경이 되어 잊었던 하늘을, 구름을, 그리고 우리의 얼굴을 찾아줍니다.
16일에 형님 오셔서 집안 소식 잘 들었습니다. 우용이, 주용이 방학을 맞아 맘껏 놀겠습니다. 이곳에도 순화교육이 한 달 쉬게 되어 운동장에는 한결 부드러운 소리 가득합니다.
여름 동안에 겨울을 이길 건강을 만들어두겠습니다.
1982.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