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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거 자체가 참 비루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문득문득 삶을 그만 놓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삶이 힘들고 버거울때 나보다 더 힘들게 삶을 살아내신 선생님의 글과 삶 그 자체가 많은 힘이 됩니다. 저처럼 힘겨운 삶에 그만 울컥 울고 싶은 분들과 아래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조영달(사회) : 제 질문은 아까 제가 선생님께서 "대학(감옥)이라고 표현을 하셨습니다만 계시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뭐 4~5년 그런 기간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한다는 건 굉장한 일입니다. 무엇이 그 노력을 가능하게 했는가. 이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마 선생님 말씀하신 가운데 제가 선생님 말씀으로부터 찾은 답은, 매 순간순간 길 자체에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 노력이 가능했다, 이렇게 찾았습니다만 여전히  선생님 입으로 무엇이 보통사람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20여년의 세월 동안 자신을 채찍질하고 노력할 수 있게 만들었는가를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신영복 교수 : 뭐 20년간 안 내보내 주니까 그냥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청중 웃음) 사실 교도소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보도는 안 되죠. 우리 방에서도 겨울 한밤중에 자살을 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서 운동장에서 주워온 유리조각으로 동맥을 잘랐어요. 동맥을 자르면 어느 정도 피가 흐르다 이게 지혈이 됩니다. 그래서 응고가 되지 않게끔, 물독에다가 손목을 집어넣고, 계속 나오게 해서 죽었어요. 출혈이 진행되면 갈증이 심해지나 봐요. 그래서 피가 흥건해진 그 물독의 물을 퍼마십니다. 경황이 없으니까 옷도 핏물로 젖어 있고, 그래서 우리가 화장실에서 들어낼 때의 모습은 엉망이었어요.

그런 자살들을 목격하면서,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당연히 가지게 되지요. 더구나 너는 무기징역이면서 자살하지 않고 앚아있는 이유가 무언가? 특히 독방에서 면벽명상 할 때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었지요.

그때 제가 찾은 답이 있기는 있습니다. 첫째는 햇볕 때문입니다. 햇볕. 추운 겨울 독방에 앉아있으면, 내가 있던 방은 향이 어떻게 되었던지 한두 시간 정도 햇볕이 들어왔습니다. 제일 반듯하고 클 때가 신문지 펼친 정도 크기의 햇볕이 들어오는데, 참 행복했어요. 그걸 무릎에 받고, 햇볕 속에 눈 감고, 속눈썹에 무기재도 만들고,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좀 지나면 벽 타고 비뚤어지면서 창밖으로 나가버립니다. 햇볕. 하루에 두 시간 받는 햇볕만으로도 세상에 태어난 것은 행복하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태어난 게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내가 죽으면 많진 않지만 굉장히 마음 아파할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 때문에 못 죽겠더라고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 이야기가 나오지요. 손수 구덩이를 파고 죽을 준비를 하다가, 이건 물론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만, '너만 조난자냐. 너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 기울이는 너의 가족들은 조난자가 아니란 말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제가 맺고 있는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못죽었어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고통스럽다 괴롭다고 그러지만,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앨리엇의 시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인생은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것이라 하더라도 손해는 아닌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산다는 것 자체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깨닫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무기징역이었기 때문에 만기를 기다리며 견디기는 힘들었어요. 만기가 없으니까. 그런데 막상 단기수들이 더 괴로워해요. 이 사람들은 벽에 달력을 만들어놓고, 하루가 지나가면 그어요. 이렇게. 나중에는 그것도 답답해서 오전 오후 두 번으로 나눠서 X자로 그어요. 그 사람들에게 징역살이 하루하루는 빨리 지나가면 좋지만 무기징역인 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합니다. 하루하루가 순금의 시간은 아니지만 하루하루가 공부여야 하지요. 그래서 아까 이야기했듯이 목표, 성과, 고진감래, 이러한 정서보다는 길의 마음에 끌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깨달음이 안겨주는 엄청난 기쁨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괴로움도 그것이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면 기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석방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20년 동안 앚아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뜻있는 것을 찾으려고는 했었다, 그렇게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신영복 -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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