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형수님께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햇빛 한 줌 챙겨줄 단 한 개의 잎새도 없이 동토(凍土)에 발목 박고 풍설(風雪)에 팔 벌리고 서서도 나무는 팔뚝을, 가슴을, 그리고 내년의 봄을 키우고 있습니다.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에 비해 겨울을 지혜롭게 보내고 있습니다.
형님, 우용이, 주용이 밝고 기쁜 새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한 해 동안의 옥바라지 감사드립니다.
198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