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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1.02.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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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언젠가 휴일 느즈막한 아침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큰딸 유하는 어린이집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가끔 자기 생각인 것마냥
물어보며 확인받곤 합니다.

"엄마가 하는 밥 짱 맛있다"
"그래? 고마워"
짱 맛있진 않습니다. 그럭저럭 먹어줄 정도...
"엄마, 밥은 여자가 하는거지~"
뭐라고 할까 생각하는데 아빠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유하야, 밥은 남자도 할 수 있어. 남자랑 여자랑 하는 일이 다른 건 많지 않아.
아빠도 밥 할 수 있어"
전 그냥 고개 숙이고 밥을 먹었습니다.
"근데 왜 아빤 밥 안해?"
"아빠는 회사에 가잖아. 주말엔 아빠도 밥 할 수 있지"
"근데 주말에 왜 안해?"
"응 그건, 주말엔 아빠도 쉬어야지"
유하의 질문은 이어졌습니다.
"그럼 엄마는 왜 안쉬어?"
아빠는 먹던 밥 목에 걸려 얼굴 벌개지고,
엄마는 막힌 곳 뚫린 듯 웃었습니다.
궁색한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그건... 유하가 좀 크면 알게 될거야,왜 그런지..."
그 이유, 저도 궁금하다구요.


**사진 속 유하가 9개월된 남동생에게 기어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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