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머금은 수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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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머금은 수목처럼
부모님께


장마 걷히고 나니 어느새 여름도 한여름입니다. 더운 여름철에 어머님의 자리 보전이 더욱 어려우시리라 걱정됩니다.
이곳의 저희들은 별고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교도소의 더위는 한 방에 수용된 인원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이곳은 대전에 비하여 거실의 창문이 크고 낮아서 더위가 한결 덜할 것 같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산에는 그동안 흠씬 물 머금은 수목들이 무섭게 성장할 태세로 여름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을 다만 더위로서만 받아들이기 쉬운 저희들은 먼저 저 수목들의 청청한 태세를 배워야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의 기체후 만강하시길 빌며 이만 각필합니다.

 

198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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