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한 해를 보내고 맞는 때입니다. 저도 제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정돈하고 싶은 때입니다. 오랫만에 게시판에 들러 여러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참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제자신이 부지런히 글을 올리고 대화에 참여하지 못한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은 저를 만나는 곳이 아니라 저의 글을 매개로 하여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미안함을 달랩니다. 제 친구중에 스스로를 멍석까는 사람으로 자처한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최근에 존재론에서 관계론이라는 글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만 제자신이 어떤 존재이기보다는 여러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한 해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아픈 한 해였습니다. 아마 앞으로 오랜 세월을 이렇게 감당하여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보다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나서 위로와 격려를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목적을 내걸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대화가 가능하리라는 작은 기대로 만나는 일입니다. 그런 작은 만남에서 확인하는 위로와 격려는 어쩌면 작은 약속하나쯤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새 해를 기원합니다.
게시판 <숲속의 소리> 199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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