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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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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가 끝나고 홀로 교실에 앉아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종일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웃고 재미나게 지내기도 하지만 때론 혼도 내고 화도 내며 지내는데...

빈 책상과 의자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거든요.

사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제가 주의를 주었는데 그것이 기분 나빴는지 휴지를 뒤로 던져 버리는 아이를 보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교실을 압도했습니다.

물론 휴지를 뒤로 내던지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인데..

그렇다고 거기에 맞불을 꼭 놓아야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겨우 마음을 잡고 교실에서 지내려고 하던 터였었거든요...


다행히 오늘 그 친구가 제 책상 주변을 멤돌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계속 관심을 나타내더군요.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그 친구를 보며 부담도 되었지만, 마음이 놓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훌훌 털고, 담임에게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몸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저두 오늘 그 친구에게 어제 '버럭'해서 미안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 아침엔 학교에 일찍 와서 실내화 한 켤례를 샀습니다.

사실 실내화 한 켤례가 얼마인지 어제서야 알았습니다.



한 달 가까이 교실에 실내화 대신 맨발로 지내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저는 교실에서 신발을 신어도 된다고 해도 이 친구가 나름 소신이 있어 맨발로 지냈답니다.

그 소신이라는 것이 그냥 다른 소신이면 좋았을 것인데..

형편이 어려워서 실내화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며칠 만에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가 실내화를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는데..

어제는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나중에 네가 맛있는 것을 샘에게 쏘고,

나는 먼저 실내화를 쏘겠노라고...



다행히 아이와 관계가 형성되면서 이 약속을 어제서야 성사시키고

오늘 아침 그 계획을 실현하였습니다.



사실 마음 한 켠이 참 헛헛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친구인데.. 여러모로 형편 때문에 일상적 생활에서 스스로 접어야 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자랄 때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지금 저와 함께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 도리어 제가 행복하게 자랐다는 생각이 많이 깃듭니다.

세월이 지나 그 때보다 나라 경제 형편도 훨씬 좋아졌지만..

지금 아이들 중에는 오히려 더 어렵게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느덧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은 상황에서

5,000원하는 실내화가 제 가슴 한 켠에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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