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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에잍, 호랑이 철학 8


       “듣는 사람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말하는 사람조차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 그것이 철학이다.”   - 볼테르

  

  떠나가는 배로 시작했다가... 시시하다고 해서 다시 쓰는 호랑이 철학이 이제 에잍, 호랑이 철학 팔(8)이 되었다. 호랑이 철학과 전면전을 벌린 탓에 떡 벌린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심정으로 지난 몇 달을 살았다. 이제 기가 쇠하여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 같다. 그만 목이 댕겅 잘리던지, 전략을 바꾸던지 드디어 죽음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철학자 김용규 선생이 말해주었다.

“옛날 아주 먼 나라에 꽃을 아주 좋아하는 임금이 있었다. 임금은 궁궐 안에 많은 화단을 만들고 수천가지 진귀한 꽃들을 구해 심었다. 매일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임금이 멀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임금은 꽃들이 무척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신하들 가운데 가장 충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골라 각각의 꽃들에게 물을 주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방법들을 일일이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물을 주고 자식처럼 잘 돌보라고 명령하고 여행을 떠났다.

충직한 신하는 임금이 가르쳐 준 방법대로 하루도 빠짐없이 꽃들에게 물을 주고 갖은 정성으로 돌보았다. 그런데 이 나라에 우기가 되어 날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충직한 신하는 매일같이 화단에 나가 비를 맞으며 정성껏 물을 주었다. 어느 날 마침내 임금이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임금은 화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귀한 꽃들이 모두 뿌리가 썩어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은 크게 노하여 그 신하를 엄하게 벌하고 궁에서 내쫓았다.”

그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했다. 이 신하는 수천가지 다른 종류의 꽃들에게 물을 주는 까다로운 방법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날마다 화단으로 나가 그 방법에 따라 물을 주었다. 지식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행하는 행위가 지닌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도 화단에 물을 주었던 것이다. 지혜가 없었던 것이다.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다. 사람들이 어떤 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을 과학이라고 한다. 자연과학적 지식, 사회과학적 지식은 그런 연구의 결과들이 쌓인 것이다. 그러나 철학은 그 지식이 주는 의미와 가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인간이 죽는다는 현상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과학이다. 그러나 그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내는 것은 철학이다. 그래서 철학은 지혜를 탐구하고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호랑이 철학은 일인 기업가로서 마치, 드넓은 초원에 홀로 선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이 세상에 어떻게 자기를 알리고 먹이를 구해 몸을 지탱하는 지, 그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보다 한발 앞서 세상으로 나아간 선배 호랑이들의 삶을 보니 그 면면이 시시하기 짝이 없다. 이 새 호랑이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고기 맛만 보고 그깟 고기 한점 때문에 고귀한 호랑이의 삶을 마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호랑이가 진화했다. 아니다. 지식이 진보했을 뿐이다.

과학지식의 진보로 얻은 물질적 풍요는 분명 우리를 더 잘살게 해주었지만 먹이와 황금에 시간과 정력을 다 바쳐서 얻는 결과는 황폐해진 인간관계와 지독한 외로움뿐이다. 정보 기술과 생명공학의 진보는 보다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간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되지만 문명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만 드리우고.... 지구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오늘날의 이 진화한 호랑이에게는 어떤 길이 남아 있는 것인가?  철학의 범위를 너무 크게 펼쳐놓으니... 갑자기 햇볕이 드는 통나무가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하는 대답이 나오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알렉산더 대왕에게도 무덤에서 더 주무시고 계시라고 부탁을 드려본다. 이제 시장에서 한판 걸지게 활약했던 철학자를 불러와야 겠다. 과연 누가 있을까? 연암 박지원? 장님이 길을 가다 갑자기 눈을 떴다. 그러자 그는 자기 집을 찾을 수가 없어서 길에서 엉엉 운다. 길 가던 사람이 까닭을 묻고는, 도로 눈을 감으면 찾을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래 호랑이의 본분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다. 그래 , 그럼  고기를 잡으러 시장으로 가야지.

호랑이 마케팅이다. 그러나 이제는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웬만한 전략은 모두 예측이 가능하다. 적이 예측할 수 없는 전략을 짜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전략을 구성하는 전술 과정 속에 모험적인 요소들을 끼워 넣는 것이다. 그러면 적은 이따금 판단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이쪽의 전략을 해석할 수도, 전략의 바탕이 되는 논리를 발견할 수도 없게 된다. 그러면 상대는 끝내 이쪽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 철학 에잍, 8 을 마친다. 에잇, 꽃밭에 물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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