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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열등생  - 자끄 프레베르

       그는 머리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가슴으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그가 사랑 하는 것에는 그렇다고 말하고
       선생님에게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일어서서
       질문을 받는다.
       온갖 질문들을 받는다.
       문득 그는 폭소를 터뜨리며
       모든 것을 지워 버린다.
       숫자도 단어도
       날짜도 이름도 문장도 함정도
       선생님의 위협도 아랑곳 않고
       우등생들의 야유를 받으며
       온갖 색깔의 분필로
       불행의 흑판에
       그는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  자끄 프레베르

  
자끄 프레베르는 그림을 그리듯 시를 씁니다. 아티스트 웨이에서 만난 사샤는 날마다 모닝페이지를 보내옵니다. 그 편지에는 아름다운 그림과 선율이 있습니다. 대강 읽고 넘어가다가 어느 날 글 하나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지요.  

어느 날, 늘 아름다운 생각으로 깊은 그림을 그려내시는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런 독특한 생각들은 어떻게 떠오르나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는 거지요.”  

그 후로는 나도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피노자의 맑은 얼굴이 아름다워서, 그리고 45살에 생을 마감한 그 짧은 인생이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을 해 보다가 그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에티카>원전을 가지고 시작을 했더니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되고 또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진 윤리학을 생각이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 전공인지라 그가 죽을 때의 모습을 찾아보았습니다.  

1656년 7월 유대 교회는 스피노자에게 파문을 선언합니다. 그 시대 지배층의 힘과 논리입니다.

"...천사들의 결의와 성인의 판결에 따라 바루흐 스피노자를 저주하고 추방한다....스피노자여, 밤낮으로 저주받고, 잠 잘 때도 일어날 때도 저주받아라...신께서는 그를 결코 용서하지 마시고, 노여움과 분노가 이 사람을 향해 불타게 하소서...신께서는 이스라엘의모든 부족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고 파멸을 내리소서...어느 누구도 말이나 글로 그와 교제하지 말 것이며, 그에게 호의를 보여서도안 되며, 그와 한 지붕 아래 머물러서도 안 되며, 그가 쓴 책을 읽어서도 안 되느니라..."

  스피노자는 박해 속에서 1660년 암스테르담을 떠나 시골로 이주합니다. 이후 그는 형편이 닿는 대로 린스부르크, 포르부르크, 헤이그 등 여러 곳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는 '서재에 매장되어 있는 것처럼‘ 살았습니다. 그는 보통 3개월 이상을 전혀 출입하지 않고 지낸 적도 많았기 때문이지요. 생활은 먹고 자는 것을 빼고는 겨우 그가 좋아하는 파이프 담배를 필 수 있을 만큼의 여유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기록에도 그가 이 때문에 고통받거나 괴로워했다는 흔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조용한 사색과 '신에 대한 지적 사랑'속에서 끊임없이 해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는 1677년 의사인 친구가 끓여주는 스프를 마시고 조용히 잠들었습니다.  

들끓는 변화의 한복판에서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단순한 삶을 살던 그는 글로써 세상에 개입했습니다. 좋은 친구들이 말려주는 바람에 다른 젊은 혁신가처럼 죽임을 당해  그 인육을 먹히는 화를 입지 않았지만 분명한 자기의 생각을 지켜나갔지요. 가난한 그에게 남은 전재산, 160권의 책이 경매에 부쳐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스피노자의 삶은 벚꽃이 만발한 계절에도 생각을 깊이하게 만듭니다. 모쪼록 아름다운 사람과 그의 생각을 따라 가보고 싶다는 열정 끝에 스피노자의 행복한 얼굴 하나를 그려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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