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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봄을 해가 바뀌면 당연히 맞이하는 일도 다행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절로 접어든 건가?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땅과 나뭇가지들에서 솟아오르는 새싹들에게는 달디단 꿀과 같은, 우리에겐 상념이라든가 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봄비의 이미지가 아닌 ‘방사능’이라는 흉악한 것과 쉽게 짝을 이루는 시대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다. 낮에는 초여름 냄새를 풍기다가 밤에는 싸한 기온차가 정말 이러다간 몇 해가 지나면 우리는 봄을 빼앗긴 땅에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아니 갑작스레 재난을 당해 생명을 빼앗긴 사람들과 같은 운명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한다. 정상적인 봄도 아닌듯 싶고, 너무도 큰 지구적 재앙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도 없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드는 소름끼침이다.

후쿠시마 원전, 쌍용 자동차, 카이스트, 삼성반도체, MB…. 요 근래 나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도는 문제들이다. 각각이 놓인 지리적, 사회적 성격이 다르더라도 공통적으로 꿸 수 있는 것은 정책 결정자들의 인간 이해에 대한 무지가 아닐까 싶다. 분명 큰 사단이 나기 전에 각각의 조직 내부에서는 위험을 예고하는 작은 사고들이 있었을 것인데, 이런 신호를 감지하고 조직을 점검하는 체계가 내부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오류교정체계를 최고결정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풍조가 우리 사회 전반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신호들이 조직의 효율을 방해하는 나쁜 의도로, 혹은 조직의 통일을 해치는 이단자로 묵살되는, 조직 내에서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고 이에 반응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손바닥만한 틈이라도 보장되지 않는 한 끔찍한 일들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단 이런 원리는 앞에 열거한 곳만이 아니라 사실 우리 모두가 생활하는 국가, 직장, 사회, 교회, 학교에 통용되고 있는 질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들은 이런 질서들에 의탁해 묵묵히 순응해야 그나마 이 정도의 안위를 건사할 수 있다고 합리화하는 사이, 비인간적인 질서는 더욱 공고해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성채가 되어버렸다. 최고 정책 책임자들은 최고가 되거나 혹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책임에서 빠져나간다. 누군가를 죽게하고 다치게 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고, 우울증을 앓도록 하는 그 비인간적인 관료적 통제가 구체적인 영향력으로 현실화되는 그 지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기는 어쩔 수 없었다거나, 자기의 일상적인 업무를 했을 뿐이라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비인간적인 문화의 내면들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밥을 구하는 모든 일터는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당장 내가 사무실에서, 교실에서 하는 구체적인 일들을 돌아보라, 당장 내가 일하는 이 조직내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인 일들에 대해 얼마나 개입하여 작은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지를 돌아보라.

점점 사람들은 구체적인 일상에서 내가 할일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진보는 특정한 나라에서 온 어떤 종류의 커피를 무슨 그릇에 특이한 방식으로 볶아, 적당한 온도와 비율의 물에 타야 제 맛이라는 이름도 복잡한 커피와 같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기호식품처럼 되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총기(聰氣)와 말을 잃어버리고, 우아한 진보에 끼일 수 없는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궁리를 하는 것이 오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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