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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다.
일주일 사이에 난 예비사위와 사돈이 생겼다. 물론 내 머리 속도에 세상을 따라 간다는 건 진작 포기했지만 빨라도 이건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유유자적 아무생각 없이 지내다 갑자기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말을 듣고 3일 만에 상견례를 하고 식장을 잡고 날짜를 잡았다. 올해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인즉, 사위될 사람의 아버지가 올해 전역을 하는데 공군회관을 이용하면 시중에 20%라던가 30%라던가 면제를 받고 소득세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뭔 소득? 사람이 결혼 하는 것도 소득세를 내야하나? 아무리 인간이 버젓이 품절남, 품절녀, 돌싱 등 상품이 된 세상이지만 누가 누구를 소득 하는데 소득세를 내는 건가?’  
“어머니, 식사 때, 소득세가 나와요. 그때 소득세를 말하는 겁니다.”
“음…… 음식을 소득 했단 말이지?”
“네, 뭐 그런 거지요.”
“음식을 소득하지 말고 살아라, 그러면 소득세를 안 낸다, 뭐 그런 뜻인가?”
“네, 그런가 봐요.”
사위될 녀석이 싱글싱글 웃는다.
“숨 쉬는 세는 왜 안 받는지 모르겠다.”
“그러게요.” 킥킥 거린다.
억압은 더 단단한 결속력과 발화점이 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생각 좀 해보자, 시간을 다오, 지금 당장 할 것도 아니니 시간을 좀 갖고 생각해보자… 등등의 말이 지성인 같고 생각하는 사람 같이 보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하나의 결론은 자식의 사랑이나 결혼 문제는 결국 부모가 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이길 승산이 없는 싸움, 죽을 때까지 보게 될 자식들과 사돈이 될 사람들에게 신경전을 피고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고 애를 태워봤자 하나도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나는 생각이고 뭐고 승낙해버렸다. 내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자기네들이 같이 살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는 데 누가 말릴 것인가? 그러다 결국은 자명고만 찢긴다.
“저의 아버님이 올해 퇴임을 하셔서 올해가 가기 전에 하시고자 합니다.”
“그래, 그러자.”
“그럼 상견례 날짜는 언제 잡을까요?”
“나야 뭐, 백수이니 아무 날이나 상관없다, 강의가 있는 화, 금요일만 빼면.”
“그럼 이번 주 수요일 점심에 괜찮으시겠어요?”
“이번 주?”
“네.”
지금 금방 결혼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3일 후에 상견례를 하자고…… 속전속결은 전쟁 때나 쓰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젠장, 요즘은 모든 데에 사용되나 보다. 하긴 해병대니 어련하시겠어. 옛날엔 “집져!” 하면 뚝딱 금방 집을 지어놓아야 하는 데가 군인세계인데, 더구나 귀신을 잡는 해병, 한번 해병은 죽어도 해병, 이니 해병대를 어떤 연예인이 해병대를 지망했다고 대통령까지 칭찬하는 나라인데, 하긴 모든 부모에게 소중한 자식인, 이 나라에 군인이었고 군인인 모든 젊은이들은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니. 군인만 그런가, 아무 것도 없는 대한민국 선량한 사람들은 가방끈이 짧아도 힘들고 길어도 힘들다. 또 혈압 오르려고 하니 여기까지만 하자.

다른 한편 그쪽 부모 되는 사람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같이 유학 갔다 와서 결혼하면, 처음엔 원래 싸우며 맞추어 가는데, 젊은 혈기에 싸움이라도 해서 아들이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쫓겨난다면 어쩔 것인가. 그런 것에도 신경이 써졌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들어간 다면 책임감이 생기니 가방 하나만 들고 헤어질 일은 없을 것 아닌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 부분이다.

‘상견례……’
사실 난 지난 주일까지 아무 일 없이 평온하게 살았다. 딸의 결혼도 유학을 갔다 와 2-3년 후에 시킬 생각이었다. 딸도 자리를 잡고 나도 그 동안 여기 정원을 좀 가꾸고 매만져 딸의 결혼은 이곳에서 시킬 생각이었다. 빚 갚을 사람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 혹은 나중에 자신에게도 닥칠 일을 예비해 저금해 놓는 요량으로 온 사람들이, 식권을 한 장 받고 음식을 먹고, 나중에 식이 있는 시간을 위해 급히 비워주어야 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현악 5중주와 뷔페를 불러 음악을 들으며 가족끼리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느긋하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딸은 내 말을 듣고, 엄만 연속극을 너무 봤다고 하면서 타박을 했지만, 내 아들만은 양가의 합의를 봐 꼭 그렇게 결혼을 시키고 싶다.
이제부터 상견례에 나가는 과정과 진행을 써야하는데 난 아직도 멍하니 귀신에 홀린 것 같아 상견례 얘기는 다음에 써야 할 것 같다. 난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은 좀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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