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쇠망을 알려주는 일곱 가지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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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의 쇠망을 알려주는 일곱 가지 징표


   다음 예시문은 「망징」편亡徵篇에 있는 구절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일곱 가지 징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현실과 비교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하겠습니다.

   凡人主之國小而家大 權輕而臣重者 可亡也 簡法禁而務謀慮 荒封內而恃交援者 可亡也 群
   臣爲學 門子好辯 商賈外積 小民右仗者 可亡也 好宮室臺榭陂池 事車
   服器玩好 罷露百姓 煎靡貨財者 可亡也 用時日 事鬼神 信卜筮而好祭
   祀者 可亡也 聽以爵不待參驗 用一人爲門戶者 可亡也        ―「亡徵」
   나라는 작은데 대부의 영지는 크고, 임금의 권세는 가벼운데 신하의 세도가 심하면 나라
   는 망한다. 법령을 완비하지 않고 지모와 꾀로써 일을 처리하거나, 나
   라를 황폐한 채로 버려두고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으면 망한다. 신
   하들이 공리공담을 좇고, 대부의 자제들이 변론을 일삼으며, 상인들
   이 그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고, 백성들이 곤궁하면 나라는 망한
   다. 궁전과 누각과 정원을 꾸미고, 수레·의복·가구 들을 호사스럽게
   하며, 백성들을 피폐하게 하고 재화를 낭비하면 나라는 망한다. 날짜
   를 받아 귀신을 섬기고, 점괘를 믿으며 제사를 좋아하면 나라는 망한
   다.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만 따르고 많은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한 사람만을 요직에 앉히면 나라는 망한다.

   어떻습니까? 이 「망징」편에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역조명할 수 있는 대목이 많습니다. 나라는 작은데 대부의 영지가 크다는 것은 공권력을 무시하는 권력 집단이 많다는 뜻입니다. 권력 집단이 어떤 분야의 어떠한 집단들인가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의 영지가 크다는 것은 국가는 채무가 많고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돈이 많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 특히 금융 부문의 채무를 공적 자금으로 갚고 있는 것도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지요. 나라를 황폐하게 내버려두고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으면 망한다는 구절은 우리나라의 비주체적이고 비자립적인 구조를 지적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인들이 그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고 백성들이 곤궁하게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구절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까? 소위 개발 독재 기간 동안 기업은 국가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았고 국민들은 비싸고 질이 좋지 않은 국산품을 참고 구입했습니다. 그러한 특혜와 희생으로 형성된 자본이 떠나갑니다. 한비자가 이야기하는,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는 것이지요. 자본의 불법 유출은 물론이고 국제 경쟁력을 이유로 이루어지고 있는 해외 투자도 그런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세계화 논리로 말미암아 우리에게는 실물적 관점이 없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 자본은 우리 자본이라는 논리가 그 전형입니다. 그러한 논리라면 해외에 투자된 자본은 우리 자본이 아닌 것이지요.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옳지요. 우리 자본이든 외국 자본이든 자본은 결국 우리 편이 아닌 것이지요. 실물적 관점이 중요하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대부분의 제조업은 해외로 이전되고 제조업의 국내 기반은 공동화될 것입니다. 국제 금융자본이 국내로 유입된다고 하더라도 이 국제 금융자본이 투기 목적의 단기자본이라면 그것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자본주의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모두 토대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는 일은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경제적 의미가 다른 것일 수가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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