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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聖人以治天下爲事者也 必知亂之所自起 焉能治之 不知亂之所自起 則不能治 譬之 如醫之   攻人之疾者然 必知疾之所自起 焉能攻之 不知疾之所自起 則弗能攻 治亂者 何獨不然        ―「兼愛」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혼란의 원인을 알아야 다스릴 수 있으며 그 원인을 알지 못하면 다스릴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면 고칠 수 없는 것과 같다. 사회의 혼란을 다스리는 것 역시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묵자 사상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겸애」兼愛 상上의 첫 구절입니다. 사회적 혼란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매우 논리 정연하게 전개해갑니다. 비유도 적절합니다. 문장이 반복되기 때문에 핵심적인 구절만을 뽑아서 소개하겠습니다. 묵자는 혼란의 궁극적 원인은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天下之亂物 皆起不相愛        ―「兼愛」
   사회의 혼란은 모두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묵자는 천하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결국 어떠한 사태로 전락하는지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개합니다. 국國과 국 간의 공攻, 가家와 가 간의 찬簒, 인人과 인 간의 적賊, 군신·부자·형제 간의 불충不忠·불효不孝·불화不和가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묵자가 규정하는 당시의 가장 큰 해악 해지대자害之大者는 다음과 같습니다.

   强必執弱 富必侮貧 貴必傲賤 詐必欺愚
   凡天下禍纂怨恨 其所以起者 以不相愛生也        ―「兼愛」

   강자는 약자를 억누르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능멸하고, 귀한 사람은 천한 사람에게 오만하며 간사한 자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며, 천하의 화와 찬탈과 원한이 생겨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사랑의 문제라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정적인 차원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묵자는 이 문제를 제도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천하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이롭게 되도록 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습니다.

   必興天下之利 以兼相愛 交相利之法 易之        ―「兼愛」

   겸애와 교리가 사회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법 즉 제도 개혁에 관한 주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然則兼相愛 交相利之法 將奈何哉
   子墨子言 視人之國若視其國 視人之家若視其家
   視人之身若視其身        ―「兼愛」
   그렇다면 겸상애와 교리지법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묵자가 말하기를, 그것은 다른 나라를 자기 나라 보듯이 하고, 다른 가家 보기를 자기 가 보듯이 하고, 다른 사람 보기를 자기 보듯이 해야 한다.

   겸애는 별애別愛의 반대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겸애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똑같이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평등주의, 박애주의입니다. 묵자는 사회적 혼란은 바로 나와 남을 구별하는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나아가 서로 이익이 되는 상리相利의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리의 관계는 개인의 태도나 개인의 윤리적 차원을 넘어서는 구조와 제도의 문제임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도적·법제적 내용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묵자』에는 겸애와 교리의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는 보다 진전된 논의가 없습니다. 애정愛情과 연대連帶라는 원칙적 주장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법제적 논의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묵자의 이러한 입론立論이 묵자의 현대적 의미를 손상시키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애정과 연대는 근대사회의 개인주의적 인간 이해를 반성하는 귀중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若使天下 兼相愛 愛人若愛其身 惡施不孝        ―「兼愛」
   만약 천하로 하여금 서로 겸애하게 하여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한다면’ 어찌 불효가
   있을 수 있겠는가?

   故天下兼相愛則治 相惡則亂
   故子墨子曰 不可以不勸愛人者此也        ―「兼愛」
   그러므로 천하가 서로 겸애하면 평화롭고 서로 증오하면 혼란해진다.
   묵자께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까닭이 이와 같다.

   그런데 여러분은 위의 원문에서 매우 낯익은 구절을 발견할 것입니다. ‘애인약애기신’愛人若愛其身이 그것입니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구절이 그것입니다. ‘시인지신視人之身 약시기신若視其身’이란 구절도 같은 뜻입니다. 성경 구절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음이 놀랍습니다. 비단 이 예시 문안뿐만 아니라 묵자의 하느님 사상(天志)은 기독교의 사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사랑이듯이 묵자의 하느님 역시 겸애이기 때문입니다. 묵자가 중국에서 자취를 감춘 때가 기원전 100년경이었기 때문에 아기 예수가 태어날 때 찾아온 동방박사가 망명亡命 묵가墨家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다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회대 정보과학관 휴게실에 ‘兼治別亂’겸치별란이란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내가 쓴 글씨입니다. 겸애하면 평화롭고(治) 차별하면 어지러워진다는 뜻이며 물론 묵자의 글에서 성구成句한 것입니다. 묵자의 겸兼은 유가의 별別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 별別이야말로 공동체적 구조를 파괴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악이라는 것이지요. 나와 남의 차별에서 시작하여 계급과 계급, 지역과 지역, 집단과 집단 간의 차별로 확대되는 것이지요. 가家와 가, 국國과 국의 쟁투가 그것입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가장 큰 해악이 바로 서로 차별하는 교별자交別者라고 묵자는 주장합니다. 조금 전에도 예시문을 들어 소개했듯이 “큰 나라가 약소국을 공격하고, 큰 가家가 작은 가를 어지럽히고, 강자가 약자를 겁탈하고, 다수가 소수를 힘으로 억압하고, 간사한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고, 신분이 높은 자가 천한 사람들에게 오만하게 대하는 것 이것이 천하의 해로움이다”(大國之攻小國 大家之亂小家 强之劫弱 衆之暴寡 詐之謀愚 貴之傲賤 此天下之害也: 「兼愛」)라고 주장합니다. 오늘날의 세계 질서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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