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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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子曰 孟之反 不伐 奔而殿 將入門
   策其馬曰 非敢後也 馬不進也        ―「雍也」
   맹지반은 자랑하지 않는다. 퇴각할 때는 (가장 위험한) 후미後尾를 맡았다. 그러나 막상 성문에
   들어올 때는 (화살을 뽑아) 말에 채찍질하면서 “내가 감히 후미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말이
   나아가지 않아서 뒤처졌다”고 하였다.

   애공哀公 11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주자주에서는 맹지반의 이러한 겸손과 사양의 마음을 평하여 윗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욕심이 날로 사라지고(人欲日消) 지혜가 날로 밝아진다(天理日明)고 하였습니다. 맹지반이 후비後備를 맡은 공을 숨긴 까닭은 전쟁에서 패하여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개선 행진의 경우에는 후비를 맡을 필요가 아예 없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원주原註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공을 숨기고 겸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욕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욕심이 없어야 겸손할 수 있으며 욕심이 없어야 지혜가 밝아질 수 있는 것이지요.

   제갈공명諸葛孔明의 명석한 판단은 무사無私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하를 도모하려는 사사로운 욕심이 없었음은 물론, ‘윗사람이 되려고 하는 욕심’마저도 없었지요. 이처럼 무사하기 때문에 공평할 수 있고 공평하기 때문에 이치가 밝아질(天理明) 수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이해관계 집단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그 주장과 논리가 결국은 사사로운 것이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자기의 공을 숨기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이 장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겸손함을 뒷받침하는 것이 무욕無欲과 무사無私라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욕과 무사에서 우리의 논의를 끝낸다면 그것은 너무나 상투적인 윤리학에 갇히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무욕과 무사를 설파하는 것보다 “모든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과功過를 불문하고 아무리 교묘한 방법으로 그것을 치장하더라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명석합니다. 이 말에 대하여 아마 선뜻 납득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타자의 시각이 정곡을 찌르는 법입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강의를 할 때 교단에 서 있는 내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여러분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일입니다. 나도 학생 때에는 교단 아래에서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었지요. 그때 느낀 것입니다만 학생이란 위치 즉 교단 아래에 턱 괴고 앉아 있는 바로 그 자리는 선생의 일거수일투족이 너무나 잘 보이는 자리입니다. 강의 내용을 이해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강의 내용에 대한 선생 자신의 이해 정도가 너무나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자리입니다. 마치 맨홀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치부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모든 타인은 그러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집단적 타자인 대중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중은 현명하다고 하는 것이지요. 대중은 결코 속일 수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겸허해야 되는 이유입니다.

   교도소는 거짓말이 많은 곳입니다만 동시에 거짓말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곳입니다. 같은 감방에서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거짓말이 언젠가는 탄로가 나게 마련입니다. 일단 거짓말을 하면 그 거짓말을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그 거짓말과 상충되는 말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거짓말을 했을 때 누구누구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기억해둬야 합니다. 거짓말이 탄로 나지 않기 위해서는 거짓말과 거짓말이 행해진 환경을 동시에 기억해둬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이 거짓말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납니다. 도대체 감당이 불감당이지요.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여기에 비하여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거짓말의 수명이 상당히 긴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겸손할 필요가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실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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