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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석음이 앎의 최고 형태입니다

  
   子曰 寗武子 邦有道則知 邦無道則愚
   其知可及也 其愚不可及也        ―「公冶長」

   이 구절을 소개하는 것은 어리석음(愚)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영무자寗武子는 위衛나라의 대부라고 알려진 사람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자는 영무자를 예로 들어 지혜로움(知)과 어리석음(愚)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에서 지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 경우의 지 즉 지인知人의 지知는 인식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유도즉지’邦有道則知의 지는 우愚와 대비되는 지혜라는 의미입니다. 슬기로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무자는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지혜로웠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어리석었다. 그 지혜로움은 (많은 사람들이) 따를 수 있지만 그 어리석음은 (감히) 따를 수 없다.

   여기서 방유도邦有道는 정치가 올바른 나라, 방무도邦無道는 정치가 올바르지 못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급可及은 따를 수 있다, 불가급不可及은 따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불가급이란 의미는 배우기 어렵다, 실천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지知보다는 우愚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사람이란 지혜롭기보다는 어리석기가 어렵습니다. 지혜를 드러내기보다는 그것을 숨기고 어리석은 척하기가 더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 예시 문안 이외에도 『논어』에는 유도有道와 무도無道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하여 여러 가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는다.
   (危邦不入 亂邦不居)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자신을 드러내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숨는다.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나라에 도가 있으면 빈천이 수치요, 나라에 도가 없으면 부귀가 수치이다.
   (邦有道 貧且賤焉恥也 邦無道 富且貴焉恥也)        ―「태백」泰伯

   사어는 나라에 도가 있을 때도 곧기가 화살 같았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도 곧기가 화살 같았다.
   (史魚 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
   거백옥은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에 나아가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자신의 재능을 말아서 품에
   감추었다. (遽伯玉 邦有道則仕 邦無道 則可卷而懷之)        ―「위령공」衛靈公

   이상에서 예시한 구절을 보면 대체로 나라에 도가 없으면 벼슬하지 않고, 슬기를 드러내지 않으며, 재능을 감추고 물러나 몸을 숨기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사어史魚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도道의 유무를 불문하고 대쪽같이 처세한 것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영무자의 경우에도 주자주朱子註에는, 무자武子는 위나라 대부로서 이름이 유兪이며 문공文公과 성공成公 때에 벼슬하였는데 성공이 도가 없어 나라를 잃음에 이르자 그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어렵고 험한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쓰고 있습니다. 이 경우 사어史魚의 시矢와 직直은 우愚로 읽어야 합니다. 어느 경우든 지知보다는 우愚를 어려운 덕목으로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경우의 우는 그 속에 대지大知를 품고 있는 우입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어리석은 척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知와 우愚에 대하여 보다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우가 그냥 우가 아니라 대지를 품고 있는 우라고 했습니다만, 사실 진정한 지란 무지無知를 깨달을 때 진정한 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자기의 지가 어느 수준에 있는 것인가를 아는 지知가 참된 지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야말로 지의 최고 형태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나무야 나무야』에 있는 일절을 소개하고 마칩니다.

   세상 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영합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법이지요. 그나마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은 세상을 우리에게 맞추려는 우직한 노력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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