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이 시장경제 폐해 대안 - 한겨레신문 2009.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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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9-07-15
미디어 한겨레신문_황보연기자
“사회적 기업이 시장경제 폐해 대안”
‘사회적기업가 학교’ 교장 되는 신영복 교수 인터뷰
 한겨레신문 2009.7.15
» 신영복 교수
“착한 시이오(CEO)를 모십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로 익숙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기업가 양성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오는 9월 문을 여는 국내 첫 민간주도 ‘사회적 기업가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될 예정이다. 그는 요즘 기업을 바꾸는 일에 관심이 많다. 대다수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대안운동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난해엔 시이오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여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사회적 기업연구센터에서 만난 신 교수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시장경제의 취약한 구조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단기 효율을 좇는 대신 긴 호흡으로 사회적 통합을 꾀하는 사회적 기업이 대안적 경제체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으로, 빈곤·환경·실업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금까지 노동부가 인증한 국내 사회적 기업은 244곳에 이르며, 6000명가량이 일하고 있다.

 

복지 취약한 나라일수록
사회적 기업 운동 활발해

-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적 기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 질서가 많이 흔들렸다. 이를 넘어선 새로운 대안 모색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운동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특히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경제구조가 갖고 있는 취약성도 많이 드러났다. 문제는 변화를 겪고 있는 세계경제의 기존 질서에 여전히 매달려서 올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보는가?

“경제구조에서 대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외국시장에 매달리는 비중이 다른 선진국들은 40% 정도인 데 비해, 우리는 75%가량 된다. 국민 경제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실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장기적 정책대응이 필요한 때다. 강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해나간다면 지금 현안으로 떠오른 고용 및 복지문제들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경제정책은 링키지(연관) 효과를 중시해야 한다.”

-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시장경제에서 배제된 이들을 참여시키고 시장경제가 야기한 폐해를 해결하려는 혁신적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형태는 무궁무진하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마을을 만드는 기업, 농촌경제를 회복하는 귀농운동, 대안화폐로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드는 레츠운동,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용대출을 해주는 협동조합 등이 모두 시장경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공백을 채워가는 사회적 기업들이다.”

- 중도 실패한 사례도 적잖다. 사회적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단기적 경영효율을 좇는 대신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추구해온 급속한 성장을 기대한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사회적 목적과 결합된 내부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청소회사의 경우 전국 각지 자활센터의 도움으로 판로를 확보했다. 점차적으로 정부 의존도를 줄일 필요도 있다. 현재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들 가운데, 정부 지원이 중단될 경우 생존율이 10%도 안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젊은층부터 퇴직자까지
사회적 기업가 과정 관심

 

- 고용위기가 심각하다. 사회적 기업이 해법이 될 수 있나?

“경제지표가 좋아져도 고용은 나아지지 않는 시대다. 그만큼 복지정책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는 늘어난다. 이런 역설적 구조를 바꾸는 데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유럽에서도 북유럽 나라들과 같이 복지가 든든한 나라에선 사회적 기업 운동이 미약하고 이탈리아 등 복지가 취약한 곳에서 사회적 기업 운동이 활발하다. 한국이 사회적 기업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 사회적 기업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운영방식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기업들은 실업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30% 이상 고용하고 있고 이윤이 나더라도 주주가 나눠갖는 대신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자본투자에 비례하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의사결정권 배분도 사회적 기업 운영의 특징이다. 이런 민주적 경영을 이해하고 조직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가의 몫이다.”

- 사회적 기업가 학교에서 주력할 교육 방향은?

“정부 주도의 교육과 달리 시민사회의 자발성을 최대한 유도할 생각이다. 사회적 기업 인증제도에 편입되기 위한 단편적 교육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회적 기업이 계속 확산되려면 인적 자원 개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전문성과 현장성을 두루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층부터 퇴직 뒤 제2인생을 모색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반 기업 관계자들도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

- 최근 시이오들의 인문학 공부를 독려했다. 그 이유는?

“인문학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떠올리게하는 학문이다. 경제를 하는 이들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요즘은 거꾸로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배제한 채 경제를 살리려는 경우가 많다.”

황보연 기자, 사진 이정아 기자

 

 

■ ‘2009 사회적 기업가 학교’란?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와 한겨레경제연구소, 한국의료생협연대, 사회적기업지원센터 등 4개 단체가 마련한 사회적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사회적 기업가 MBA’ 등 사회적 기업 관련 이론 및 사례 교육뿐 아니라, 기업 운영에 필요한 실무교육도 이루어진다. 7월24일까지 수강생을 모집하며,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교육 과정이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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