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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1.07.09 11:06

너무 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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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비가 많이 온다

비가 오면 가슴이 멍 때리지
가슴에도 비가 내리려나봐~~)

또 시작한 것 같다.

(비가 오네
맥주를 먹어도 먹어도
갈증이 나.
갈증으로 맥주를 비처럼
쏟아붓는대도....)

감수성이 예민하고 마냥
'사랑 밖엔 난 몰라'는 동생이
또 발동이 걸린 거다.
가끔가끔, 아니, 자주
문학은 동생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처럼 이해타산적이지 않고 마냥 신데렐라 꿈을
가지고 있는 몽상과 환상의 열망 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삶을 버겁게 만드는 동생에게 어울릴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비가 오면
비 내리는 창 밖에 앞 산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들고
우아하게 사색에 잠겨 있음 좀 좋으랴마는

우아?
사색은 개뿔!
여기저기 미친년처럼 뛰어다니며 컴퓨터 선과
전기 선들을 내리느라고 정신이 없다.
비가 많이 오면 자동차가 개울을 건너지 못해
고립된다, 는 사실만 걱정한다.
눈과 비는 산속에 사는 나에게만은 낭만과 결코 친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이것이 도시와 전원에 차이일까?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저 푸른 추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란
가사는 자연과 가깝게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환상일 뿐이다.

여름이 되면 풀과 비, 각종 벌레와의 전쟁
겨울이면 눈과 추위의 전쟁이다.

가장 끔찍한 것은 뱀이다.

지금도 난 모든 스위치와 전화선을
미친 듯 내리고 씽크대에서 물이 새어나와
바닥을 흥건히 적신, 물이 새는 곳을 찾기 위해
씽크대 밑에 물건들을 다 들어낸 폭탄 맞은 것 같은
부엌에서 남친에게 씽크대 밑이 잘 보이도록
렌턴을 손목 빠지게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에게서 띵~문자가 온 것이다.
환장하겠다.

답글을 보낸다.

난 지금 씽크대 수도관에서 물이 새
수도관이 멍 때린다

너처럼 가슴이 아니라
현실인 씽크대에서
비가 좍좍 내린다

(헉!
어케
불러야겠다)

동생은 사색의 몰입하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아니, 잠시 정신을 차리고 또 계속 마실 거다.
안 봐도 비디오다.

수리하는 사람이 공사가 잡혀 있어 화요일에야 오실 수 있으시단다.
그 때면 집이 물먹는 하마처럼 부플어 있을 거다.

그래서 우선 임시방편으로 내가 알려준대로 남친이
씽크대 밑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너트를 이리틀고 저리 틀고  
구슬땀을 흘리며 낑낑 대고 있다.

어머 자기 정말 머리가 좋다
역시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해

힘든 줄 모르고 더 열심히 한다

추신:  꼭 잊지 말아야 할 것.

         남자에게 일을 부탁할 땐 아무 생각 할 수 없게
         밥을 배 불리 먹여야한다.
         그 점은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 때 만큼은 배 부른 짐승은 사냥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음 신경이 예민해져 화 낸다.


           부부 싸움에서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싸우기 전에 우선 밥을 먹고 싸워라.
    
           대부분 싸움의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기 때문에
           배불리 밥을 먹고 나면 너도 상대방도 마음이 너그러워져
           이해하고 웃고 끝난다.

             법칙을 정해라.

             싸움을 할 때는 일단 밥을 먹고 싸우는 것으로.

                  자연적 본능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이 동물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거다.
                        
              미안한데 언니 바쁘니 더 이상 문자하지 말고 일 끝나면
                전화 할게. 술 많이 마시지 마.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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