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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구름 전문가를 찾습니다.

  일전에 서울에서 비가 멈추지 않고 쏟아질 때 1박 2일로 제주를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시간의 틈새를 이용해서 제주 4.3평화 공원을 다녀왔어요. 우도에서 성산항으로 나와 번영로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가 봉개에서 내려 다시 시내버스를 갈아타면 되지요.  홈페이지에서 익혀간 “찾아오시는 길”은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둥절한지를 잘 가르쳐주었어요.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원하며 현대사의 비극과 모순을 정리해 둔 이 평화인권 공원은, 그날 한낮의 태양아래 단 3사람의 관람객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내를 위해 봉사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여러분 계셨습니다.

배차기간이 긴 버스가 종점인 절물휴양림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1시간이 내게 주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기념관 내부에는 사건의 개요와 배경, 그리고 현장, 남은 사람들의 증언과 삶이 매우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책으로 읽고 알았던 상식을 영상물로 다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올 때 마음먹었던 묵념과 한줌의 위로는 하지 못했습니다.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추구한 평화의 바람이 너무 커서인지 접근성이 너무 멀어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어떤 슬픔과 비애와 소통을 할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건물 밖으로 나가 한참을 더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위령제단에는 가보지 못하고 허겁지겁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는 결코 위로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가 영령들의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창가에 앉아 구름을 관찰했습니다. 무심히 쨍쨍한 바다를 보고 땅을 보고 흰 구름을 보았습니다. 구름 위를 날면서 또 한 층의 비슷한 구름을 보는 거지요. 서울엔 비가 많이 왔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제주는 너무 해가 강해서 더웠어요. 추풍령쯤 되는 것 같았어요. 갑자기 동쪽으로 잿빛 구름 기둥이 하늘 끝까지 닿아있는 걸 보았어요. 얼마나 큰 구름기둥인지 마치 커다란 산 같았어요. 그 산이 제 2구름층을 다 덮고 있었어요. 아하, 저 곳엔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있겠구나 .... 서울이 가까워오자 땅이 어둡게 보이더니 곧 주위가 짙은 안개에 둘러싸이더군요. 손을 내밀어 잡아보고 싶을 만큼 가까이 구름이 흘러가는 겁니다. 그때부터 하안구름 잿빛 구름 사이로 비행기는 가고 있었어요. 옛날 같으면 이런 날엔 비행기가 뜨질 않았지요. 그런데 오늘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구름 속을 우리 비행기는 잘 날아와서 무사히 김포공항에 내리게 되었어요.

평소에 비행기를 타면 주로 책을 읽던지 아님 옆 사람과 얘기를 하던지 하고 구름은 늘  흰구름 뭉게구름으로 흘러가는 구나 생각하며 무심히 보아 넘겼지요. 폭풍우 속에서 그것도 완전히 혼자 맞이하고 혼자 느꼈던 구름은 새삼스럽게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네기 시작했어요. 내가 구름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저 책에서 본 적운, 층운..하던 몇 개의 그림과 기억에 남지않은 생성원리에 관한 설명들이었지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어서 그랬을테지만 나는 그냥 토끼구름 여우구름같이 구름이 그린 그림만 기억해요.

그러다가 비행기 아래로 또 구름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도 보았고 구름 위로 또 다른 푸른 하늘도 보았어요. 그후론 세상의 모든 구름이 궁금해지더군요. 참 자연 현상에 대하여 무지하기도 해요. 도대체 아는게 무어란 말이지? 그러면서 구름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는데....늘 어려운 설명이 잔뜩 씌여진 <자연과학>앞에서 씁쓸하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리고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서 밑바닥부터 박박 기어야 할 일이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디 구름 전문가가 없을까?  내가 보고 느낀 구름의 이치를 같은 눈높이로 설명을 해줄 친절한 전문가를 찾게 된 것입니다. 누구신지 구름을 좀 가르쳐 주실 분은 어디에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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