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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모든 생명있는 것들을....

  어린애가 아니었다. 제법 클 만큼 컸지만 세상일을 모를 때의 일이다. 여름을 친구네 식구들과 함께 보냈다.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송사리 수준이었다. 그 고기를 병에 담아 집까지 가지고 왔다. 그러나 집에 왔을 때는 강한 볕을 쐬고 좁은 병에 갇혀 고생하던 물고기들이 다 죽어 있었다. 그때 그 서늘하던 심정이라니....

어머니는 강아지를 좋아하셨다. 어느 날엔가 학교에서 돌아오니 얼굴은 불독처럼 생기고 몸은 치와와처럼 작은 강아지 두 마리가 아랫목에서 잠자고 있었다. 중국 황실종이라던 퍼그 한쌍이었다. 이름 짓기를 잘하던 내가 칸과 옥진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 강아지들도 우리처럼 점점 자라나 마당으로 나가서 살게 되었다. 어머니는 우리의 저녁을 준비 할 때 언제나 강아지에게 줄 음식도 함께 준비하셨다. 우리는 강아지들이 밥을 먹는 것을 보았다. 강아지들도 어떤 때는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신기해서 그들을 관찰했지만 그놈들은 내가 먹는 것을 빼앗아 먹으려고도 했다. 어느 날, 칸에게 내가 화를 냈다. 그랬더니 이 놈이 내 신발을 물어가 버렸다. 그리고 또 어느 날 혼을 냈더니 목욕탕에 가서 내 칫솔을 물어가 버렸다. 귀신같이 신통한 놈이었다. 그 후로는 사이좋게 지낸 날이 더 많았다. 가끔 씩 우리 집에 놀러오던 사람들은 우리의 대화 속에 칸과 옥진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듣고는, “그런데 칸과 옥진이가 누구예요?” 하고 물었다. 가끔씩 인상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에 주름이 많던 이 강아지들이 그리워진다.  내 유년시절의 둘도 없는 친구들.....그러던 어느 날, 작별인사도 없이 칸과 옥진이는 신부님을 따라 가버렸다. 그들네집 앞에 가서 한참을 칸아, 옥진아 ...불러 보았다.

청개구리가 통통 튀어나왔다. 네 살이 된 우리 꼬마 녀석이 주머니에서 청개구리 다섯 마리를 꺼내 놓는다. 엄마가 심심할까봐 제 장난감을 내게 나눠준 것이다. 며칠 뒤 이 청개구리는 각자 다른 곳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되었다. 한 놈은 카펫 아래. 한 놈은 목욕탕에. 한 놈은 식탁 밑에서 .... 그들이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은 현관 앞. 우리는 몹시 미안해하며 이놈들을 잘 묻어주었다.
  
집을 옮겼다. 시아버님께서 축하해주시려고 오셨다. 오시면서 아름드리 연산홍 화분을 선물해 주셨다. 가끔씩 물을 주며 정석대로 키웠으나 얼마 못가서 죽고 말았다. 함께 왔던 고모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전화를 했다. 고모는 “나무도 제 수명이 있는 거예요. 나름 자기 수명을 다 한거니까...너무 애석해하지 말아요.” 그 다음에는 정말 한 쌍의 벤쟈민을 직접 사다가 정성껏 돌보았다. 한 그루의 나무가 주는 신선함이 참 고마웠다. 명절 무렵 바쁘게 떠나느라 물을 못주고 왔다.  벤자민 걱정은 했지만 바쁘게 동동 거리느라 잊어버렸다. 한참 만에 돌아와서 보니 메마른 흙과 메마른 가지가 만져진다. 가여워서 내가 먹을 한약을 한 봉지 다 부어 주었다. 갑작스런 보약에 놀라 벤자민은 서서히 죽어갔다. 벼락같은 사랑은 안되나 보다.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꽃집에 물어보고 물을 조금씩 희석하면서 달래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생명을 주관 하시는 하느님께 벤자민을 살려달라고 기도 했지만 그 분은 대답이 없으셨다. 작별. 그후로는 관상 식물과 인연을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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