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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11.11.29 21:11

제가 미쳤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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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홈쇼핑을 본다.
"여러분 지금 구입하시면 돈 버시는 겁니다.
놓치지 마세요."
쇼호스트의 멘트.
"돈을 번다고?"
난 정신없이 다이얼을 돌린다

아침이 된다.
"죄송해요 제가 미쳤었나봐요.
다 취소해 주세요."

내가 생각해도 난 참 한심한 인간이다.

"내가 가주려고 했는데 왜 청첩장 안 보냈니?
얘, 우리 고객은 축의금 들어온 거 쓰고
1억 남았다고 저금하러 왔더라."

"가준다고?
고맙다.
내 성격에 청첩장 보내니?
너와 안지 20년이 다 되가는데 그렇게 나를 모르니?
하긴 난 너의 고객일 뿐이지.
축의금으로 1억 저금하는 큰 고객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송금 된 거나 환전해서 내 통장으로 입금시켜줘."

난 전화를 끊고 중얼거린다.
"재수 없는 년!"

여름에 내내 비로 떠내려간 길을 고쳐주던
포크레인 기사가 싸구려 머리기름을
잔뜩 바르고 제 딴엔 한껏 멋을 내고
점심을 사준다고 나타났다.
이제 나를 무시한다고 화 내기도 지쳤다.
"내가 못 살겠다!
제발 그만해 줄래!
나도 사람 가려!"

동생의 전화.
"언니, 딸 결혼 시키고 산속에서 외롭겠다."

"나 하나도 안 외롭거든!
외로움은 사람에게 기대하고 바라기 때문에 외로워지는 거야.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외로워지지.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음 외롭지 않아!"

"언니, 참 잘났어!"
"그래! 나도 알아!
그러니 끊어!"

"교수님, 저 오늘 강의에 결석할 것 같아요.
안개가 너무 짙어 우울증 작렬이에요.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란 영화에서
비가 오니까 정신병자들이 벼개를 던지고
발광을 하잖아요.
전 아직 발광까진 아닌데 무력증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괴제도 못했어요.
날씨가 좋아지면 다음 주에 뵐게요."

나보다 젊은 교수님은
"그래요. 오늘은 안개가 너무 짙어요.
다음 주는 종강이니 오셔서 마치지요."

"박명아씨는 자신이 어떤 보석이라고 생각하세요?"
강의 중에 교수님이 물었다.

"글쎄요. 구리? 철?"

교수님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킨다.
"보석은 자신의 생각 속에 있어요."

"저도 40대까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요."
내가 대답한다.

아이들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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