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둔촌.  
며칠 전에 지은 저의 아호입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에 살아서 둔촌으로 지었습니다. 그 시절이 제일 기억에 남아서.

그리고, 한자 뜻은 싹이 나올, 나무싹 둔, 불 땔, 밥 지을 촌의 의미를 살려서 <나무싹이 나오도록 계속 장작불을 때서 밥을 짓고 있네.>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일견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이지만 나무싹의 의미와 장작불의 의미, 밥의 의미 등을 이렇게 저렇게 떠올려 보며 혼자서 참 좋아했습니다.
절대 불을 꺼뜨리지 않고 맛있는 밥을 짓겠다고 다짐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처음에 아호를 지으려고  둔촌동의 한자 뜻을 찾아보니 달아날 둔, 촌스러울 촌 마을 촌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 보다는 저의 삶을 너무나 그대로 함축하고 있는 의미라서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항상 힘들때마다 숨어버리고, 달아나 버렸던 저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올라서 저는 또다시 달아나버렸습니다.

본래의 둔촌의 의미를 눈앞에서 지워버리고, 아주 멋들어진 뜻을 가진 가공의 둔촌을 만들어 냈던 겁니다.

그리고 멋진 둔촌의 의미가 나를 새롭게 만들어 줄 거라는 생각에 취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정토회 송년법회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새해의 발원을 적는 종이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름(법명)을 적는 란이 있었습니다. 저는 둔촌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의 새해의 발원에다가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금 도망치고 있는지 살피고 또 살피자.>
그때 순간적으로 이런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래, 달아날 둔, 촌스러울 촌, 바로 이 둔촌이 바로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진정한 나의 아호다. 이러한 나의 모습으로부터 달아나서 아무리 멋진 모습의 가면을 쓴다고 그게 내 모습이 될 리가 없어. 그래 인정하자. 나는 항상 달아나는 촌스러운 촌놈이다.'

이렇게 인정을 하고나자 마음이 묘하게 편안하고 담담해졌습니다.

~~~~~~

오늘은 참 뜻 깊은 날입니다.
절기로는 동지이고, 그와 동시에
제가 사는 곳 근처에서 신영복 선생님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대중 속으로 녹아드는 하루...보내보려 합니다. (탈접동시)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45 '죽을 죄'는 있어도 '맞을 죄'는 없다. 6 권종현 2006.04.27
144 '일기검사' 폐지 권고를 보는 또 다른 시선 하나 1 레인메이커 2005.04.09
143 '인문학' '교수'들의 '인문학' '위기' '선언' 7 블랙타이거 2006.09.30
142 '우리도 이제 서른 다섯이다.... 이제는 좀 그래도 돼...' 1 萬人之下 2006.03.02
141 '온라인'상의 '네티즌'들이란? 2 김동영 2006.12.29
140 '오늘'을 다루지 않는 교실 2 은하수 2011.10.27
139 '엽서'에 나오는 한자의 독음을 달아봤습니다. 1 김상출 2005.04.25
138 '엽서'를 구하고 싶은데 1 잠시 2003.04.18
137 '여럿이함께' 쓰신 [신영복 함께읽기] 문봉숙 2006.09.21
136 '여럿이 함께'-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3 김성장 2007.01.17
135 '숲속의 소리'가 '함께여는새날'로 문패를 바꾸었습니다 6 뚝딱뚝딱 2012.02.21
134 '손가락으로 하늘가리기'는 이제그만 1 정재형 2003.10.24
133 '세한도' 와 노무현의 '연정' 그 처량함에 대하여 4 손태호 2005.07.11
132 '생명·평화·인권'을 위한 일본열도 순례 &lt;후원인 모집&gt; 조진석 2004.11.11
131 '상카라에 집착함'과 '알아차리는 수행'에 대해 김자년 2011.02.03
130 '사회적 합의주의 체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솔방울 2005.03.08
129 '사랑, 그림, 들판, 할머니' 그리고 '100만원이 생기면 ' 조원배 2006.09.14
128 '사람에 비친 모습을 보라'의 한자성어가 뭐였죠? 3 임지수 2007.07.21
127 '비판 환영' 불가능한가. 독버섯 2003.09.22
126 '블랙타이거'님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1 1 萬人之下 2006.09.30
Board Pagination ‹ Prev 1 ...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