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아!

갑자기 부엌쪽에서 부친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종종 이런 일이 있어왔기 때문에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쇼파에 앉아 부친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발바닥을 살피신다.
시선을 아래로 향해보니 도마와 부엌칼이 보인다.
알고보니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한 거 였다.
나는 부친의 발까락과 발바닥에 피가 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다시 쇼파에 앉았다.

부친과 나는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난다. "나 깨달았어. 이리와서 얘기 좀 들어봐."

"저 지금 바빠요. 이따가 말씀해 주세요."

화장실에서 나와서 부친 옆에 앉았다.

"뭘 깨달으셨는데요?"

아무 말씀이 없다. 그래서 부친 얼굴을 쳐다보았다.
기억을 더듬고 계신 표정이다. 그런데 잘 생각이 나질 않나보다.

막걸리 한통을 비우고 계시던 중에 찾아온 깨달음이란 걸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해 드릴 수 있었다.

"저 들어가 볼께요. 생각나시거든 말씀해주세요."

잠시 뒤에 방으로 들어오셨다.
"아까 칼에 다칠 뻔 했는데 화가 안나더라. 예전 같으면 니 엄마한테 왜 칼을 부엌바닥에 놓았느냐고 소리질렀을텐데..."

본인이 잘 살피지 않아서 칼을 밟은 거니까 본인 잘못이지 모친 잘못이 아니라는 거였다. 게다가 앞으로는 본인이 바닥을 잘 보고 다니겠다고 하신다.

"아버지가 지금까지 저한테 말씀해주신 수많은 깨달음 가운데 가장 멋진 깨달음이세요."

부친은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시며 마루로 나가셨다.


p.s 그런데 혹시....
     술에서 깨어났을 때 혹시 이 깨달음을 또 까먹으시는 건 아닐까?  ^ ^;
     나중에 까먹더라도 나도 부친처럼 멋진 깨달음을 하고 싶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225 <열린모임 후기> ^^ 8 배형호 2003.03.15
3224 <축하> 김달영 나무님 아들 돌잔치^^ 6 그루터기 2009.09.18
3223 <퍼옴> [세설] 10대들에게 고백함/김어준 1 퍼옴 2006.04.28
3222 <함께 여는 새날>전시회 번개 (2/7 13:30) 6 이승혁 2007.02.06
3221 '1주기 추모 시민의 밤'(2011, 나와 리영희)-11.30. 19시 조계사 5 허필두 2011.11.30
3220 '2010 신영복 서화달력' 단체 주문 21 뚝딱뚝딱 2009.08.03
3219 '20대 청춘 아카데미(가칭)'- 청년 관계론 공부 모임 회원을 모집합니다. 17 그루터기 2011.11.25
3218 'B형의 성격과 그에 알맞은 음식'이라고? -_- 1 김동영 2005.02.11
3217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교수가 전하는 사랑의 메세지. 2 이명옥 2003.12.31
3216 '강원도의 힘' 안티조선 마라톤대회 열려 1 소나무 2003.09.30
3215 '강의'를 읽다가 궁금한 것이 있어서... 1 손승욱 2005.05.20
3214 '국민이 뽑은 대통령, 국민손으로 되돌린다' (브레이크뉴스) 이명옥 2004.03.16
3213 '국제 어린이평화운동가 초청 강연회' 안내 레인메이커 2003.06.24
3212 '귀농1번지, 진안'으로 갑니다. 귀농사모 2008.02.16
3211 '길 밖에서' 길을 만든 여성들을 만나다 이명옥 2007.05.31
3210 '길'과 '신발' 1 조원배 2004.05.27
3209 '길벗 삼천리' 티셔츠를 입은 '천릿길 친구들' 4 문용포 2007.05.31
3208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코바(KOVA)를 아시나요? 2 이명옥 2007.05.06
3207 '더불어 숲'이 4대강 삽질과 어울리는 건지 6 삽질 반대 2010.01.05
3206 '더불어숲'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5 뚝딱뚝딱 2013.06.16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