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곱씹으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맹세의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단지 내던지며
청녹새 짤랑대던
신장로길에
별이 뜨면 같이 웃고
별이 지면 같이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흰구름 흘러가던 신장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장사익이 노래를 부른다.
군데군데 거슬리는 멘트는 듣지 않는 것으로 하고
돌아오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갑자기 눈물을 줄줄 흘린다.
내가 나를 황당해 한다.
어?
이건 뭐지?
위의 노래 가사는 이별이나 실연
또는 사는 것에 괴로움이나 아픔에 대해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새파란 풀잎이 흘러가고
산새가 날고
산새가 울고
별이 뜨는
별이 지는
당신의 봄날
수 많은 알뜰한 맹세도
꽃과 함께 진다
수 없이 한 실없는 기약도
풀잎처럼 흘러간다
목이 터져라 외친 얄궂은 노래도
황혼과 함께 사라진다
그런 날들은 흘러간다.
원래 인간은 고독해, 라는
너무나 닳고 닳은 통속적인
말은 한 마디도 없다.
그러나
내겐
엄청 촌스러운 노래말이다
작년까지는.....
그랬다
나의 시간은
봄날
바람에 살랑거리는 연분홍 치마처럼
화들짝 왔다
숨 가쁘게 갔다
그리고 가고 있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텅빔(空)은 고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