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쯤 신호등을 건너고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녹색칸이 제법 남아있는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며칠 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신호등을 유심히 바라보니 녹색신호 시간이 상당히 길어졌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제 아이를 배고 있는 여동생과 함께 신호등을 건넜다.
배가 무거워서 천천히 걸었는데도 신호등은 기다려주었다.
동생에게 말했다.
"대단하지 않니? 조그만 변화이지만, 이건 굉장한 거 같아. 분명 빨리 빨리에 익숙한 도시인들의 심성에 여유, 느긋함이라는 심성의 가치를 심어줄거라고 생각해.
빨간 불에 쫓기지 않고 길을 건넌다는 거. 참 낭만적이다. 쫓기듯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진 느낌이야."
동생은 처음엔 "그런가?"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잠시뒤에 조금 더 긴 횡단보도를 건너고 나서, (웃으며) "정말 여유가 있네."
라고 말했다.
이런식의 작은 변화, 소소한 여유로움이 다양한 모습으로 도시 속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서 우리의 숨통을 틔워주는 산소역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