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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


총 3350 킬로미터. 이 책은 2007년 3월 29일 출발해서 166일 동안 걸어간 사람의 이야기이다.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말기암 환자 쿠르트 파이페 씨는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기 보다는 평생의 원이었던 유럽 걷기 여행을 하기로 했다. 길 위에서 죽는 것도 운명이라 생각했다. 의사들도 반대하고 가족과 친구들도 반대했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의 장엄한 선택을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그는 앞뒤로 배낭을 짊어지고 혼자 길을 떠났다. 걷다가 날이 저물면 외양간이든 헛간이든 차고에서든 묵었다. 때로는 남의 집 정원에 텐트를 치기도 했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들판에 텐트를 치고 별이 빛나는 하늘을 지붕삼아 지친 하루를 쉬어갔다. 정원사로 정년을 맞은 그는 건강하던 시절부터 “유럽 장거리 걷기여행”을 꿈꿔왔다.  1969년 국가 간 이해를 돈독히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노르트 카프에서 시칠리아까지로 계획되어 있었던 길고 긴 길이었다. 그는 그 유럽 장거리 걷기... 그길을 따라  로마까지 갈 수 있기를 원했다.

그의 직업은 정원사였다. 14살부터 시작했던 그 일을 이제 더는 하기 싫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환자가 되어 그냥 누워있기는 싫었다. 그리고 집안일도 더 이상은 하기 싫었다. 그냥 떠나고 싶었다. 뭔가 새로운 일, 아직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지금 64살. 그가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이 100% 반대한다면 나도 포기하리이다.”
‘내가 100% 반대라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내 마지막 소원이라오.”
“그렇다면 신의 뜻에 맡겨야지요.”

아내가 마침내 축복의 말을 해주었다. 아내의 찬성이 없었다면 그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의 찬성에 그는 의기충천했다. 세 딸들은 처음부터 아버지의 계획을 지지했다. 그래도 일말의 불안함이 남았었다. “떠나세요. 파이페씨! 그게 모두를 위해 좋은 길입니다.” 여성 심리학자가 조언했다.

계획한 길은 로마까지 자그만치 3350 킬로미터. “과연 내가 그렇게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실제 목표는 로마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떠난다는 것 그자체였다.  첫걸음을 뗀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걸음  그리고 또 다음 한걸음.......

결국 그는 로마까지 무사히 왔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라 두려움과 절망을 뒤에 두고 마지막 기회를 힘껏 붙잡았다. 그는 그 길에서 그의 내면에 있는 놀라운 힘을 발견했고 그 힘을 한껏 활용했다. 여행의 끝에 그는 일생동안 스스로 만들었던 일상의 강요와 속박에서 눈 먼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죽음과 맞섰던 용기는 그에게 더 더욱 생생한 삶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아직 살아있다.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다.

“당신에게 기쁨과 충만함을 가져다주는 일에 첫 발걸음을 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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