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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손이 잡히지 않는다. 이번 국회의원선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마주할 우리 사회의 앞날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

내가 이 정권을 혐오하는 건 근대국가라면 마땅히 해야할 국가의 역할에 대한 '개념 없음'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지만 제일 큰 걱정은 IMF통치보다 더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미국과의 FTA 문제이다. 국제정치, 혹은 국제무역질서를 새로 맺을 때 해당국가가 가장 중히 여겨야 할 게 국민의 안전과, 생활의 보장, 나아가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할 국가의 의무와 모순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굳이 새로운 국제관계를 형성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체급이 비교할 수 없는 초강대국과는 더 신중히 해야 하고, 새로운 국가법체계를 뛰어넘는 국제질서가 우리 국민 전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고려가 정부가 지켜야 할 '국익'이라 본다. 이 원칙은 또한 타국가에게도 지켜져야 하는데, 즉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더라도 중국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면 안되고, 그들의 보편적 권리가 증진되는 방향으로 국제관계와 무역질서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MB하의 통상관료들은 이런 기본인식이 그들의 뇌구조에는 들어와있지 않다. 오로지 그들의 사적이익에만 갇혀있는 것이다.  

또 민간인 사찰과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여준, 국가가 존재하려면 반드시 먼저 지켜져야 할 즉, 국가이전의 국가의 정당성의 근거인 국민의 사생활보호와 대의민주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이 정부의 핵심기구와 집권당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의 연루 속에서 일어났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국가권력의 통제는 우리가 배웠던 1600년대 영국혁명의 기원이 되었다. 그 때 이후로 국가가 개인의 권리와 생활영역에 침범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졌고, 국가의 권한이 더욱 엄격한 제도 속에 통제되도록 했던 일련의 과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이다. 2차대전 이후로 국가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타인의 침해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국가가 나서서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바로 국가의 최소기준을 수시로 벗어난 일탈적이고 포악한 이 정부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어야 하고, 기업권력이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법 위에서 미친 칼날을 휘두르는 것을 막아야 하는, 우리 공동체의 운명의 진로를 결정하는 선거라 생각된다. 흡사 19대 국회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틀을 다시 그리는 '제헌의회'와 같은 막중한 역할을 떠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여기서 진보적 의제는 어리버리한 민주당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 중요한 시기에 민주당은 끊임없이 우왕좌왕, 자기들끼리 티격태격, 적앞에서 자기분열, 개념의 혼란, 자살골의 연속이었고, 앞으로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비교적 큰 그림을 그리고, 혼신을 다하여 진정성있는 의정활동을 해왔던 몇 안되는 국회의원 중에 이정희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FTA날치기 통과되었을 때 분에 못이겨 몸을 바들 바들 떨고 있던 그녀의 모습은, 시대적 소명을 무겁게 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책무의식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정치인'으로 느껴졌다. 평택의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강정마을, 촛불시위 우리 사회 모순의 한 복판이면 어김없이 그녀가 있는 모습은 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앞으로 국회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체계적인 계획을 갖고, 엄청 공부하며, 때로는 자기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어이없는 사태 앞에서 기가 막힌 눈물을 흘리는 이가 이정희 의원인 듯 싶다. 내가 보기에 이정희 의원은 민주당의원 10명 이상의 몫을 하였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 이정희와 상대방인 민주당 후보는 경선이 치뤄지기전에는 경선방식을 가지고, 경선이 끝나자마자 불복한다며 탈당수속을 밟다가, 기가막힌 꼬투리를 잡은 셈이다. 그는 어떤 상황의 전개라도 판을 깰 사람이었고, 그런 인물이라면 차라리 둘이 나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도덕적 순수 어쩌고 하며 제2의 노무현, 곽노현을 만들어낼 진보진영의 자뻑이다. 이러한 때 양비론으로 거리를 두는 것보다 나는 그녀의 확실한 편이 되기로 했다. 분당 이후 탈당했던 나는 오늘 이정희의원의 후원자가 되었다. 제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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