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뉴시스 2009.01.03
신영복(68)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4일 오전 7시5분 MBC TV ‘일요인터뷰 20’(연출 최정민)에 출연, MBC 황희만(55) 논설위원과 대담한다.
사전 녹화의 주요 문답들을 간추린다.
-경제가 어렵다니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옵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구조 자체를 서서히 결정적으로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죠. 중소기업, 강소기업, 중견기업, 축구로 이야기하면 미드필드를 강화하는 이런 경제구조로 바뀌어야 돼요. 몇몇 첨단 대기업 중심으로 최전방 공격수를 놓고 공격한다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취약합니다. 강소 중견기업 같은 중간층이 두터워지면 경제성장이 바로 고용으로 이어지고 그 자체가 복지로 이어지는 양극화의 심각한 문제도 어느 정도 막아나갈 수 있는 그런 구조가 되리라….
-우리 경제가 대외의존적이라 기술집약, 대기업이 나가야지 중소기업으로 되겠습니까.
▲산업화시대부터 만들어온 경제구조가 그것, 사실은 지속성이 없습니다. 대기업이 기술, 자본, 원료 들여와 상품을 해외에다 판매합니다. 그런 방식의 운영은 경제적이지 못하죠. 여러가지 시너지 효과나 그런 과정에서 일어나는 효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 공유되고 분배돼야 되는 게 경제구조인데 그렇지 못하고…. 예를 들면 한 사람이 1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를 키운다, 이런 경우에 먹여 살려지는 10만명의 삶의 질이라는 것 그야말로 비인간적이거든요.
-실질적으로 경제 일류가 되려면 우선 몇 사람만 모아서 해야지 다하면 거추장스럽다는 것 아닐는지요?
▲짐을 다 내려놓고 혼자 뛴다면 그게 제일 빠르죠. 그런데 경제는 그런게 아니죠. 그게 지속성이 없다는 거죠. 현재 미국 패권적 경제질서가 위기를 맞는 것도 그런 구조죠. 다른 것과 함께 갈 때 기반이 튼튼하고 지속가능한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봐야죠.
-교육이 항상 문제되지 않습니까?
▲교통문제를 도로 표지판을 갖고 해결할 수 없듯이 교육문제도 대학입시제도만 갖고는 해결이 안 되리라고 봐요.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거죠.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학벌을 가지고 뭔가 고통이 적은 자기 직장을 갖겠다, 이런 굉장히 경제주의적인 가치지향성 때문에 결국 문제가 그런 부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은데 저는 무엇보다 공교육을 살려내는 것, 고등학교 3년 중학교 3년 이런 시기가 한 사람의 일생에서 프라임 타임인데 이 부분이 수험 공부로 채워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잔혹한 비인간적인 방향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는 사회와 함께 풀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인문학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가 있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던데요?
▲남대문 화재사건에서 보면 뭐 차라리 현대적인 랜드마크를 그 자리에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 전혀 설득력이 없었고 많은 이들이 남대문에 담긴 역사와 우리들의 가치를 안타까워하고 꽃을 놓고 방문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바빠서 그랬지 삶의 심층에는 인문학적인, 사람을 중심에 놓는 삶의 질에 대한 광범한 공감대가 있다고 보죠.
-어떻게 하면 소통이 잘 될까요?
▲저는 소통이 안 되는 분야가 통신, 소위 신문 방송 언론같은 통신분야, 통신이란 게 소통할 통에 신뢰할 신인데 명칭과는 반대로 소통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언론이라든가 방송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소통되는 그런 중심이 돼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의 주장이라든가 이런 것들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런 경향 때문에 그런 부분이 미흡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돼요. 소통이 잘 되려면 신뢰해야 됩니다.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데 소통이 될 리가 없거든요.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신뢰집단들이 만들어지고 신뢰집단들끼리의 소통 이게 나아가 국민적입 합의, 이런 구조로 이어질 때 그 사회가 진정한 민주적인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죠.
신 교수는 “바로 그런 내용을 담아서 제가 하나 써보죠”라면서 ‘窮則變 則通’(궁즉변 즉통)을 신년휘호로 썼다.
<뉴시스 - 윤근영기자 iamyg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