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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8-11-18
미디어 CNB-TV

[CNB-TV] 책읽는 사람들_신영복 <청구회 추억>.2


CNB뉴스 2008.11.18




재물이 자꾸만 생겨,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것!
전설속의 단지인 화수분입니다.

황하의 강물을 길어다 채운, 큰 구리로 만든 물동이.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군사 십만명을 시켜 채우도록 했다죠.

그 물동이가 얼마나 컸던지
한번 채우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우리의 삶이 힘들어 질 때면 생각나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화수분!

아무리 채워도 허기와 갈증을 주는 욕심의 단지가 아니라,
퍼내도 퍼내어도 줄지 않는,
마음의 화수분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주는 사람, 백승주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래 세대를 준비하는 보건복지가족부와 함께 합니다.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신영복 에세이 <청구회 추억>을 만나봅니다.
젊은 대학교수와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우연한 만남!
<청구회 추억>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서오릉 봄소풍 길에 만나서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적은 에세이인데요,

이 아이들에 대한 인상!
처음에는 제 집으로 돌아가거니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고 하네요.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자 마음은 먹었지만,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
자칫하다가는 아이들에게는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었겠는데요,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대화에 성공하는 비법입니다.

INS) 신영복 인터뷰
어린이들에게 접근하거나 어린이들과의 관계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때 제가 우리 대학생 그룹에서 보속을 좀 빨리해서 그들 중으로 다가가니까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를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의도적으로 간다는
그런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들을 앞질러서 지나 가버렸죠. 그들로서는 저 사람이 우리
에게 온 것이 아니구나. 괜히 우리가 긴장을 했구나. 이런 안심을 시킨 다음에 천천히 보속
을 느리게 함으로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그런 대면을 만들어 내었죠

신영복 선생은 <청구회 추억>에서
‘만남의 기술’을 이렇게 자랑합니다.

긴장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마치 아무런 관심도 없는 척 우선 지나치다가
서서히 보폭을 맞추어 접근하는 것은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였으리라고 봅니다.

신영복 선생은 아이들의 관심사에 대해 물어보고 대답하면서
점점 친숙해 집니다.
그런데 마침,
봄 소풍에서 씨름판이 벌어집니다.

“이 짧은 한나절의 사귐을
나는 나대로의 자그마한 성실을 가지고 이룩한 것이었다.
나와 동행하였던 문학회 학생들은 아마 그날의 내 행위를
한낱 ‘장난’으로 가볍게 보았을 것이 사실이며
또 나의 그러한 일련의 행위 속에
어느 정도의 장난기가 섞여있었던 것이,
싫기는 하지만 사실일지도 모른다.“

서오릉 봄 소풍으로부터 15일이 지나서
숙명여대 교수실로 세통의 편지가 배달되는데요,
모두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잉크와 펜으로 쓴 것이었습니다.

INS) 신영복 인터뷰
사실은 약속을 했어요. 그날 우리가 능 앞에 있는 석물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 ~
사진이 나오면 보내주기로 약속 했는데. 그것마저도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요

INS) 신영복 인터뷰
어린이들 모임의 이름도 내가 지어주고 같이 찍은 사진도 보내 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 필름이 노출이 되어서 현상을 하지
못했데요. 그 편지를 받고 내가 그날 어린아이들을 농락한 것은 아닌지 반성을 했는데
사진이라도 가지고 만나면 조금의 변명은 될 것 같은데 그런 기회마저도 없어지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애들이 사는 청구동 근처인 장충체육관 앞에서 만나자 그래서
첫 만남을 시작하게 됩니다.

“황금의 유역에서 한 줌이 흙을 만나는 기쁨이 유별난 것이듯,
수인의 군집 속에서 흙처럼 변함없는 인정을 만난다.“
신영복 선생은 ‘니토 위에 쓰는 글’이라는 편지에서
만남의 기쁨을 이처럼 표현하고 있는데요,

‘만남’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INS) 신영복 인터뷰
모든 만남이 물리적으로 한 번 만나고 끝났지만 저의 경우도 아주 짧게
만났는데도 잠재의식 속에 깊이 잠재되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주 오랜 기간 같이 있었음에도 별로 자기 속에 자기 속에 남아 있지
않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길든 짧든 모든 만남은 자기에게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다시 한 번 쯤 점검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자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흔적이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은
미래세대를 준비하는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와
보이는 라디오로 언제나 들으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주는 사람, 백승주였습니다.


한국방송공사
<연출 김영준, 글 장화식, 진행 백승주, 조연출 조혜은,
출연 - 신영복
제작 연용호, 신혜정, 신재이, 서지은, 윤하림 /
김형대, 이승규, 김동섭, 이화중, 최영숙>

청구회 추억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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