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서편] ‘고전’이라는 산에서 내려다본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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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3-12-03
미디어 한겨레신문

‘고전’이라는 산에서 내려다본 미래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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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은 옛사람이 오래전에 쓴 책이 아니다. 고전은 인간보다 훨씬 수명이 긴 책이다. 한 시대보다 오래, 길게는 수천년 동안 살아남은 책이다. 시간으로 인해 더욱 윤기 나는 책이 고전이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옛 시절에 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함이 아니다. 과거로의 회귀도 아니다. 고전 읽기는 오래된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로 가는 길을 찾는 과정이다. 신영복은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에서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디딤돌이면서 동시에 짐이다. 짐이기 때문에 지혜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하며, 과거를 지혜로 만드는 방법으로 고전 읽기를 꼽는다. 고전은 수많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거치며 꽃피워 온 인류 사상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고전은 ‘오래된 미래’를 담고 있다.

 

신영복은 “고전 독법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대화를 선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화는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살피는 것은,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 둘 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래서 고전을 읽으면 미래가 ‘오래된 과거’임을 알 수 있다.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 속에 있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 안에 있다. 우리는 고전을 통해 세상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고전에서 길을 찾고 스스로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전을 충실히 읽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와 관점으로 읽느냐가 중요하다. 신영복은 스스로를 성찰하는 태도로, 현재 자신에게 절박한 문제를 화두삼아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찰적 태도는 깨어 있는 정신이고, 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읽는 사람은 설렁설렁 읽지 않는다.

 

 

고전은 책이라는 영토에 우뚝 솟아오른 산이다. 높은 산은 멀리서 보면 편하지만, 참맛을 알려면 직접 올라봐야 한다. 하지만 선뜻 발걸음을 내밀기는 부담스럽다. ‘고전을 읽겠다는 것은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 자루로 마주 서는 격’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이럴 때 좋은 안내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신영복의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은 훌륭한 안내자다. 이 책에는 20년 넘게 고전을 읽으며 스스로를 성찰해온 저자의 삶이 배어 있다. 동양고전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사유는 저자의 내공을 보여준다.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들여다보며 미래를 조망해 볼 시점이다. 겨울은 춥고 밤이 긴 계절이다. 신영복의 책을 읽으며 깊은 겨울을 보내보자. 이 책에 나오는 동양고전 가운데 끌리는 한 권을 골라 겨울 내내 함께 하는 것도 좋다. 동양고전 한 권은 몇 개월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고전을 읽으며 정신의 땀을 흘려보자. 마음이 맑고 건강해질 것이다.

 

 

홍승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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