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서평] 신영복의 '강의', 기자가 직접 읽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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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5-02-20
미디어 조선비즈

 [CEO 추천서] 신영복의 '강의', 기자가 직접 읽어보니
 신성헌 기자


 국내 CEO들이 설 연휴에 권하는 책. 조선비즈 기자들이 직접 읽어봤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CEO와 기관장, 협회장 등 50여명이 각각 3권씩 추천했고, 그중 2권을 골랐습니다. 다수가 추천한 동양고전 관련서, 미래·전략서입니다. 간략한 책 내용과 본문 일부를 발췌해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jpg


기자가 읽어 본 첫번째 CEO 추천서는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강의'(돌베개)입니다. 제목처럼 신 교수의 강의 '고전 강독'을 정리한 책입니다. 부제는 '나의 동양고전 독법'.


설문조사 결과 많은 CEO 및 기관장들이 동양고전을 추천했습니다. 논어, 사기, 도덕경 등이 목록에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동양고전이 아닌 '동양고전 해설서'를 골랐습니다. 공자, 맹자, 노자, 장자의 사상을 각각 50쪽 내외로 설명하는 간결함(?)에 끌렸다고 할까요. 동양사상을 속성으로 배우고 싶은 욕심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CEO들은 왜 동양고전을 추천할까요? 경영과 동양고전의 공통분모를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그 해답을 본문의 논어편에서 찾았습니다.


저자는 “사회의 본질은 인간관계입니다. 논어는 인간관계론의 보고(寶庫)이지요. 논어에서 우리가 귀중하게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에 관한 담론”이라고 강조합니다. ‘경영의 기본은 올바른 인간관계’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본문에는 시경, 서경,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대학, 중용 등 고전 10여편의 문장이 실려 있습니다. 기자가 꼽은 인상적인 구절을 소개합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옥방에 앉아서 생각한 것이 동양고전을 다시 읽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것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이건 훨씬 더 현실적인 이유였습니다만 당시 교도소 규정은 재소자가 책을 세 권 이상 소지할 수 없게 되어 있었지요.(중략) 나의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감옥에서 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또 교도소의 현실적 제약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서론·17~18쪽)


“서양에서는 철학을 Philosophy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지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지(知)에 대한 애(愛)입니다. 그에 비해 동양의 도(道)는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길은 삶의 가운데에 있고 길은 여러 사람들이 밟아서 다져진 통로(beaten pass)입니다. 도(道) 자의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착(?)과 수(首)의 회의문자(會意文字)입니다. 착(?)은 머리카락 날리며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입니다. 수(首)는 물론 사람의 머리 즉 생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도란 걸어가며 생각하는 것입니다.” (서론·36쪽)


“어느 기자로부터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자본론’과 ‘논어’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자가 매우 의아해했어요. 이 두 책이 너무 이질적인 책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두 책은 다 같이 사회 관계를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동질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급 관계는 생산관계이기 이전에 인간관계입니다. 자본 제도의 핵심은 위계적인 노동 분업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자에 대한 지배 체제가 자본 제도의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논어, 인간관계의 보고’·146쪽)


“인(仁)이라는 것은 활 쏘는 것과 같다. 활을 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한 후에 쏘는 법이다.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자기를 이긴 자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과녁에 맞지 않은 까닭을) 도리어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맹자의 의’·231쪽)


“대교약졸(大巧若拙·훌륭한 기교는 도리어 졸렬하다)에 대해서는 내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마 서예에서만큼 졸(拙·서투름)이 높이 평가되는 분야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서예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교(巧·기교)가 아니라 졸입니다. 추사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에 쓴 봉은사의 현판 ‘판전’(板殿)이란 글씨는 그 서툴고 어수룩한 필체로 하여 최고의 경지로 치는 것이지요. 서예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환동(還童)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일체의 교와 형식을 뛰어넘는 것이지요. 법까지도 미련 없이 버리는 경지입니다.” (‘노자의 도와 자연’·301쪽)


"배로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떠내려와서 자기 배에 부딪히면 비록 성급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비키라고 소리친다.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두 번 소리치고 두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친다. 세번째는 욕설이 나오게 마련이다. 아까는 화내지 않고 지금은 화내는 까닭은 아까는 빈 배였고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장자의 소요'·343쪽)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혼란의 원인을 알아야 다스릴 수 있으며 그 원인을 알지 못하면 다스릴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병의 원인을 고칠 수 없는 것과 같다. 사회의 혼란을 다스리는 것 역시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335쪽)


"하늘은 사람이 추위를 싫어한다고 하여 겨울을 거두어가는 법이 없으며, 땅은 사람이 먼 길을 싫어한다고 하여 그 넓이를 줄이는 법이 없다. 군자는 소인이 떠든다고 하여 그 넓이를 줄이는 법이 없다. 군자는 소인이 떠든다고 하여 할 일을 그만두는 법이 없다. 하늘에는 변함없는 법칙이 있으며, 땅에는 변함없는 규칙이 있으며, 군자에게는 변함없는 도리가 있는 것이다."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407쪽)


"임금이 신하를 제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의 수단(자루)이 있을 뿐이다. 두 가지 수단이란 형(刑)과 덕(德)이다. 형과 덕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형이라 하고, 상을 주는 것을 덕이라 한다. 신하 된 자는 형벌을 두려워하고 상 받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임금이 직접 형과 덕을 행사하게 되면 뭇 신하들은 그 위세를 두려워하고 그 이로움에 귀의한다." ('법가와 천하 통일'·4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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