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가 중요합니다"
최근 대전법원 직원들과 시민들 사이에는 신영복 교수(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강연한 '인간관계'의 의미가 회자되고 있다.
신 교수가 논어와 노자, 장자, 묵자 등 성현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덕목을 강조하며 나온 강연내용이 가슴에 와 닿은 것.
신영복 교수는2007년 11월20일 오후 6시10분 대전법원 청사 5층 대강당에서 대전고법과 특허법원, 대전지법이 공동으로 마련한 '제8차 대전법원 아카데미'에서 2시간에 걸쳐 법원 직원과 시민 등 500여명에게 강연했다.
이날 신 교수는 "석과불식(碩果不食: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자손에게 복을 끼친다는 의미)의 교훈은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읽는 일이며, 그것의 핵심은 성찰이고 성찰은 최고의 인식"이라며 "역경의 독법은 관계론을 기조로 하며, 관계론은 우리의 오래된 삶의 정서이며 철학이고, 동양 고유의 예술장르인 서도의 미학 역시 관계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아름다움이나 능력, 아픔, 기쁨 등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며 "인간은 결코 다른 어떤 가치의 하위개념일 수 없으며, 인간관계의 황폐화는 사회성의 붕괴이고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가 곧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관계를 황폐화 하는 현대사회의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항상 낮은 곳에 자신을 두고, 바다는 가장 낮은 물이지만 가장 큰 물이며,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이름이 '바다'"라고 설명, 청중석 곳곳에서 깨달음의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했다.
그는 또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며,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은 가슴으로부터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말해 아는 것과 실천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신 교수는 끝으로 "세상에는 큰 나무, 작은 나무, 가지가 부러진 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있지만, 나무가 숲을 이루게 되면 그 모든 종류의 나무를 품을 수 있기에 숲은 나무의 완성이자 많은 나무를 길러내는 시스템"이라며 "시민들과 함께 하는 대전법원의 행사나 담장을 허물고 조성한 법원 정원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일들도 모두 사회 속에 건강한 숲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쏟아졌고, 신 교수의 책을 소장해온 청중들이 단상 앞으로 나와 신교수의 서명을 받으며 덕담을 나눴다.
시민들은 더 이상 대전법원이 시민들의 분쟁과 갈등 해소만을 위한 딱딱한 분위기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달 지속돼 온 대전법원아카데미는 신 교수의 강연대로 법원과 시민들의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맺어주며 문화행사 1번지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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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현기자 ily7102@newsis.com